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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나의이야기

사는 게 고생이라(고부간의 대화 중에)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3. 1. 2.

사는 게 고생이라(고부간의 대화 중에)

 

 

        글/조

 

2012년 12월 31일 밤

새해를 몇 시간 앞둔 늦은 밤

외롭게 홀로 지내시는 어머님을 뵙기 위해 큰며느리가 찾았다.

자식이 있다 해도 나름 바쁘다는 핑계로

고작 시간 있을 때 간혹 찾아주거나 전화 연락하는 정도다.

오늘은 해도 바뀌고 혼자 계실 어머님을 생각해 그냥 두루두루 시댁에 방문을 했다.

 

남편없이 혼자 덜래덜래 찾은 시댁,  

며느리 역시 남편이 있다 해도

가정 형편이 어려워 얼마 전 남편하고 떨어져 아이들하고만 살고 있다.

그래서 남편은 안 오고 며느리만 덥석 시어머니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 시어머니 시큰둥하게 며느리를 맞이한다.

궁금한 아들은 안 오고 반갑지 않은 며느리만 불쑥 나타나니 내심 불편하셨던 모양이다.

"추운데 뭣 하러 왔냐? 며

그동안 가슴에 푹푹 담가놓았던 한숨과 원망, 열을 올리며 쏘아대신다.

 

가슴이 답답하다, 혈압이 오른다 하면서 열을 식힐 줄을 모르고

이런저런 확인까지 하며 서로 보이지 않는 기 싸움까지 하자고 하신다.

지난 일이 그리 중요한 일인가?

왜 지난 일에 그렇게 얽매여 집착을 하실까?

"내가 죽어야지."

"다 엎어 버리고 같이 죽어버린다. 누구더러 하시는 말씀이신지?"

성질도 참!

대단하시다.

여기저기 다 원망투성이다.

//남편 원망에

아들 서운함에

며느리 불편함에

주변 모두가 어머님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시다.//

 

세상만사 내 맘대로

내 뜻대로 다 된다면...

 

답답한 대화는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이어진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 정도 마음이 수그러들고

며느리의 마음을 헤아리는 아량까지 도달했다.

 

그러다 하시는 시어머님 말씀

"너는 우리 집에 와서 고생만 했으니 다시 태어나면 그땐 좋은 사람 만나 잘 살아라."

며느리 하는 말

"다시 태어날 기미가 없어요."

"요즘은 애도 안 낳고

그리고 결혼도 안 하려고 하는데, 다시 태어난다는 생각은 감히 생각도 말아야지~

사는 동안이나 열심히

죄짓지 말고, 남한테 피해 주지 말고. 잘사는 게 최고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자 시어머님이 말씀하시길

 

돈 안 드는 말이라고 인심을 푹푹 쓰시며 후하게 팍팍 쓰신다.  

"그러면 나중에 너 죽으면 천당이나 가거라.

 천당 가려면 교회나 다녀라."라고 말씀하신다.

며느리 왈

"천당에 계신 하느님도 복잡하시답니다."

"천당도 복잡하고 어지럽대요."

"입구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줄을 서 있어서,

내가 천당 가려면 아마 지구가 멸망할 정도 시간이 지나야 들어갈까 말까 하지 않을까?"ㅎㅎㅎ

"아마 대기표도 못 받을지 몰라요."ㅎㅎㅎ

 

내가 감히 천당은요?

"교회 다니는 사람은 천당을 못 가도 되고

교회를 안 다니는 사람이 천당을 가서 구원을 받는 거 아닌가요?

하느님의 사랑이 그것 아닌가요.....?"

이런저런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텔레비전은 강아지와 함께 졸고 있다.

 

환생이니 천당이니 감히 꿈도 꾸지 말고 사는 동안이나

"생명의 소중함을 감사히 여기고 고맙게 생각하며 감지덕지하며 사는 게 최고입니다."

"힘들고 고달프고 어렵다 해도 잘 참고 견뎌내고 인내하며 지내는 것이 최고래요." 

"지금 사는 세상이 바로 지상낙원이라는데요."라며 대꾸하는 며느리 

"아이고~ 고단한 세상사 언제쯤이나 깨달을 까나?

 

비비 꼬아대시는 시어머님

오지랖 넓게 대꾸하는 며느리

어쩜 그렇게 생각이 다르고 다른지 불안 불안한 대화 속에 긴 겨울밤은 엇박자를 맞추며 깊어간다.

 

사는 동안 넓은 마음과 깨끗한 정신으로 

오늘을 소중히 여기며 정답이 없는 세월

오늘도 까만 밤하늘에 희망이란 낚싯줄을 던져봅니다.

 

 

 

  =2013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