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흥산 시산제에 다녀와서
286m 나지막한 고지의 성흥산
봄볕이 완연한 햇살을 받으며 솔밭을 거쳐 산등성을 따라 오르다 보면 넓은 마당이 펼쳐진다.
북동쪽 장암면을 향해 봉화제단(峰火祭壇)이 놓여있다.
조상님 산소에 온 것 같은 느낌
무언가 가슴과 닿으며 먹먹해진다.
고향 쪽을 향한 손가락이 이쪽저쪽
장암면 부여군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손만 뻗으면 잡힐 듯 아련함
한 걸음만 내딛으면 닿을 것 같은
내 고향 향내가 솔솔 피어오른다.
개구쟁이 어린 시절 코 흘리며 보리 깜북이 따먹고 입안이 시커멓던 일
송진을 껌 대신 침 탁탁 뱉으며 씹던 기억
삐비 뽑아 먹고 산딸기 뱀딸기 찔레꽃 꺾어 먹으며 가중나무 꺾어 호떼기 만들어 불고,
어릴 적 기억을 되살리며 동심으로 돌아가 모두 행복한 표정입니다.
어릴 적 꿈을 키우고 추억이 서려 있는 내 고향 충청남도 부여군 장암면
장암면에서 태어난 것을 너무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추억에 젖어 고향마을에 푹 빠져 있을 무렵 산 까치 한 마리가 시간을 재촉하듯 까르륵 거리며 인사를 한다.
정신을 놓고 고향을 바라보던 향우님들 발길을 다시 재촉 성흥루, 유금필 사당을 지나 성흥산 넓은 마당에 도착하니
400년 넘게 인고의 세월을 이겨내며 이곳을 묵묵히 지켜온 사랑나무(느티나무)가 우직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깁니다.
탁 트인 사방 그야말로 시원하게 가슴을 뻥 뚫리게 한다.
멀리 강경 논산 양화 주변 산들이 마치 바닷가에 작은 섬처럼 올망졸망 한 폭에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장암면에 이렇게 아름답고 경치 좋은 명소가 있는 줄 몰랐다
말은 들었지만 "설마 우리 동네에 그런 곳이 있겠어?" 라고 무시했던 마음이 고향에 대한 무심함에 미안한 생각마져 든다.
성흥산 시산제 고향마을 탐방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번 산행
참석하기를 너무 잘했고 기대했던 만큼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 행복했다. 고향이라 더 많이 즐거웠다.
고향을 맘껏 흠뻑 느끼고 있을 무렵 한쪽에선 장암산악회 성흥산 시산제 시작을 알린다.
고사에 제일 먼저 돼지 머리+ 팥떡+ 과일+ 북어+실+ 나물+ 막걸리
한 명 한 명 안전과 안녕을 기원하며 돼지 머리에 노잣돈을 꼽는다.
돼지가 흐뭇하게 웃고 있다. 행사는 절차의 의해 끝이 나고 시식의 순간
고향 땅 보느라 배고픔을 잊었는데 한꺼번에 밀려드는 뱃속의 허전함, 음식이 어찌나 맛나던지 순식간에 음식이 동났다.
잘 먹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대조사로 향했다.
대조사는 범어와 역경으로 유명한 겸익스님이
어느 날 꿈에 "관음보살이 손에 광명주를 들고 나타나 역본이 잘 되었다."라는 칭찬을 하고, 큰 새(大鳥)로 변해 날아간 자리에
꿈을 깨어 찾아가 보니 관음보살이 앉아 있었다고 한다. 그곳에 스님은 5년간 불사를 해서 대조사를 창건했다고 합니다.
대조사 경내 뒤에는 미륵보살이 조용히 세상을 내다보고 있다
석조 미륵보살입상(미륵보살)
미륵보살의 모습은 어디선가 본 둣 후덕하고 푸근한 인상이다.
세상 모든 만물 중생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 말 없이 은은한 미소가 고개를 숙이게 합니다.
특히 미륵보살님을 감싸듯이 바위를 뚫고 나와 뻗어 있는 소나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미륵보살님께 우리의 안녕과 무탈을 기원하며, 다음 장소로 출발입니다.
=2012년 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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