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길이 반나절 길
글/
서울 길이 반나절 길입니다.
그 옛날 서울 길은 엄청 멀었습니다.
서울 한번 올라가려면
이른 새벽부터 바쁘게 서둘러야 했습니다.
해가 짧은 겨울이면 더 했습니다.
새벽 컴컴할 때 시골집에서 출발하면
해가 서산에 너울너울할 때쯤
서울 용산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시골집에서 이것저것 먹을거리를 챙겨 갖고 온 봇짐을
하나 둘 짊어지고 다시 서울 시내버스를 올라탑니다.
서울집에 도착하기까지는 하루 온종일 걸렸었습니다.
그 옛날에 고향 한번 다녀오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버스도 많지 않은 시절이라
버스표가 없으면 6~7시간을 서서 입석으로 가야 합니다.
그래도 고향에 가는 길은 행복하고 좋았습니다.
고향에 가는 길은 추억도 있었고 꿈도 있고 포근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마음도 설레고 흥이 나는 길이였습니다.
어머님의 품속같이 아늑하고 따뜻한 아랫목 같은 길이였습니다.
멀면 어떻고 이틀이 걸리면 어떻습니까
부모가 계시고 형제가 있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멀어도 오래 걸려도 고향이 있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고향에 부모 형제가 아직도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행복이고
축복받은 것입니다."
오늘같이 춥고 눈이 내리는 날이면 고향 생각이 더 많이 납니다.
하늘에서 솜사탕만 한 눈이 쉴 새 없이 쏟아집니다.
이런 날이면 어릴 적 생각이 자꾸 떠올라 그립습니다.
뒤 동굴에 미끄럼판을 만들어 놓고 비료부대 하나 주워서 깔고 앉아 있으면
어찌나 잘도 미끄러지는지 신이 절로 나고
그때는 추운 줄도 모르고 온 종일 배고픈 것도 잊은 채 놀기 바빠 던 그때가 아주 그립습니다.
그 옛날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 하도 멀어
온종일 걸리던 70년대
요즘은 여기저기 길이 뚫려 있어
반나절 거리도 안 되니
세상 참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서울 길이 반나절 길
그 옛날 아날로그 시대의 낭만과 아름다움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바쁘고 빠른 세상에 맞춰
짧은 바코드를 숨 가쁘게 읽으며 세월을 찍어갑니다.
=201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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