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박산이 없어져야…' 전설처럼 쪽박산 없어지면서 부촌으로
강남구 대치동(大峙洞)의 동명은 조선시대 이 일대에 있던 자연부락 마을 8개 중 큰 고개 밑에 있던 '한티 마을'을 한자로 고친 것이다. 원래 이 마을은 주위가 쪽박산(대치동 947번지 부근)으로 둘러싸여 답답했고, 비가 조금만 내려도 탄천과 양재천이 범람해 물에 잠기곤 했다.
탄천과 양재천이 만나는 갈대밭 부근에는 '학여울터(대치동 514번지 일대)'가 있었다. 그래서 이곳을 지나는 지하철 3호선역 이름이 '학여울역'이다. 조선시대 대동여지도에는 '학탄(鶴灘)'으로 기록되어 있다. 대치동 975-8번지 일대는 '구마을'이라 불렸다. 이 마을의 한 할머니가 용문산에 치성을 드리고 오는 길에 은행나무 지팡이를 꽂았는데, 이 지팡이가 움이 트고 자라서 현재 서울시 보호수 27호로 지정된 거대한 은행나무가 됐다고 한다. 이후 구마을 사람들 모두가 건강해지고 불구가 태어나지 않아 이 나무를 동신(洞神)으로 받들었다고 한다. 은행나무 앞에는 영산단(靈産壇)이라는 비가 세워져 있다.
-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예부터 이 마을에는 '쪽박산이 없어져야 부촌이 된다'는 전설이 있었는데, 실제로 대치동은 1970년대 도시 개발로 인해 쪽박산이 없어지면서부터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후 고층 빌딩과 대단지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기 시작해 강남권의 대표적인 주거단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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