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황태자비 능이 있어 주민들도 기세 등등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의 비(妃) 순명황후(純明皇后)의 삶은 비극적이었다. 11세 나이로 세자빈에 책봉됐고, 25세엔 황태자비 자리에 올랐지만, 순종이 황제로 즉위하기 전인 1904년 3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화병에 걸려 핏덩이가 뭉친 것을 의관이 태기가 있는 것으로 착각해 보약을 잘못 먹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짧은 생을 마감하고 묻힌 곳이 현재 광진구 능동(陵洞)이다. 순명황후의 무덤이 있다고 해서 능리(陵里)라고 불리다 1950년에 능동이 됐다. 이곳에는 순명황후의 능을 지키는 능지기 참봉(參奉)이 거주했는데 그의 세도가 대단했다고 전해진다. 주민들도 황태자비의 능이 있는 마을이라며 기세가 등등했다고 한다. 1926년 순종이 서거하면서 순명황후의 능은 경기도 남양주시로 합장됐다.
비어 버린 능 터는 황후의 삶처럼 고달팠다. 1927년 일제강점기에 골프장이 건설됐다가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발발을 계기로 폐장하고 농경지로 바꿨다. 이후 1949년 이승만 대통령이 골프장으로 복구했다.
능 터에 어린이 대공원이 들어선 것은 1973년이다. 골프를 즐기지 않았던 박정희 대통령이 골프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어린이를 위한 공원'을 설립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어린이대공원은 2년여의 공사 끝에 야외음악당을 갖춘 최신 공간으로 재개장해 어린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아이가 없어 맘 고생했던 순명황후가 알면 기뻐할 일이다.
'[잠실본동이야기] > [수도권]우리동네 옛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도권] [우리동네 옛이야기] [27] 서초구 서초동 (0) | 2010.03.19 |
---|---|
[수도권] [우리동네 옛이야기] [26] 금천구 독산동 (0) | 2010.03.10 |
[수도권] [우리동네 옛이야기] [24] 중랑구 면목동 (0) | 2010.03.03 |
[수도권] [우리동네 옛이야기] [23] 성북구 성북동 (0) | 2010.02.09 |
[수도권] [우리동네 옛이야기] [22] 도봉구 쌍문동 (0) | 2010.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