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마을이 도성 북쪽에 있어 붙여진 이름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시인 김광섭의 1968년 작품 '성북동 비둘기'의 한 구절이다. 성북구 성북동(城北洞)은 1960년대 초반만 해도 주택가 이름이 '꿩의 바다마을', '학의 바다마을'일 정도로 새들의 천국이었다. 1960년대 후반 고급 주택가로 개발되면서 공사판이 되자 김광섭은 안타까운 마음에 이 시를 지었다고 한다. 성북동이란 이름은 마을이 도성 북쪽에 있어 붙여졌다. 조선 초부터 한성부(漢城府)에 속했으며, 도성 수비를 담당했던 어영청(御營廳)의 북둔(北屯)이 설치되었던 곳이다.
성북동 하면 '부촌'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드라마에서 부잣집 가정부들은 흔히 "성북동입니다"라며 전화를 받는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많이 살았는데, 1970년대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대기업 총수들이 이곳으로 모여들며 '부자 동네'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북악산 자락에 위치해 자연 풍경이 아름다운 마을, 최초의 민간 박물관 '간송미술관'이 있을 정도로 문화와 역사가 숨 쉬는 이곳을 성북구는 '살고 싶은 마을'로 지정해 보존하기로 했다. 비둘기를 몰아내며 개발하던 시대가 지나가니 이제 사람들도 향수를 느끼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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