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철원 기자=burbuck@chosun.com
실패한 사람, 면목 없어 면목동?
목마장 앞에 있어 붙여진 지명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1970년대 산업화에서 밀려난 도시 빈민을 그린 조세희의 소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한 구절이다. 주인공인 영수네가 사는 낙원구 행복동은 중랑구 면목동(面牧洞)이 실제 배경이다. 조세희는 이 소설을 쓰기 전 면목동에서 셋방살이하고, 종로구 무악동·구로구 가리봉동·인천 동구 만석동 일대를 취재해 글을 썼다고 한다. 실패하고 들어온 사람이 많아 '면목이 없어서 면목동'이란 푸념 섞인 말이 나오기도 했던 면목동은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였다.
면목동이란 이름은 마을이 목마장(牧馬場) 앞쪽에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중랑천 가에 있어 초지(草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면목동 지형은 풍수지리에서 길지(吉地)로 여기는 행주형(行舟形)이다. 돛대에 해당하는 곳은 면목사거리고 배의 후미 선실 쪽이 중곡초등학교다. 배가 중랑천을 향해 힘차게 뻗어가고 있는 형상이라 행운을 불러오는 지형이라고 한다. 행주형 지형은 절대로 우물을 파면 안 된다는 속설이 있어, 배에 해당하는 지형에는 예부터 우물이 없다.
서울시는 지난해 중랑천을 중심으로 동북권 지역을 개발하는 '동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행운을 불러온다는 면목동의 지형 복(福)이 이제야 실현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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