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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본동이야기]/[수도권2]지명유래

[수도권II] [우리동네 지명유래] [20] 남양주 운길산 수종사(水鐘寺)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0. 3. 19.

"바위틈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종소리 같구나"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을 따라 팔당에서 청평으로 가다보면 운길산(雲吉山)이 솟아 있다. 산이 높아 구름이 오도 가도 못했다고 해서 붙었다고 한다. 실제로는 해발 610m로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행 명소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일대와 팔당호를 두루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강을 굽어보는 곳에 자리잡은 사찰 수종사(水鐘寺)는 가람의 풍치보다는 이곳에서 펼쳐지는 절경 때문에 이름이 높다. 운길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대개 수종사 은행나무 고목 아래에서 잠시 땀을 식히며 주변의 풍광을 즐긴다.

운길산 수종사에서는 한강의 물줄기가 한눈에 가득 들어온다. 수종사의 경관은 예부터 이름이 높았다. 조선시대 명문장가 서거정(徐居正·1420~1488)은 "동방의 사찰 가운데 제일의 전망"이라고 극찬했고, 많은 시인묵객들이 수종사를 찾아 시를 남겼다. 인근 조안면 능내리 마현마을에 살았던 다산 정약용(丁若鏞·1762~1836)도 "호남 땅에 사찰들이 400개가 된다지만, 날아가는 듯한 수종누각 하나만 못하리라"라고 읊었다. 수종사는 2002년에는 수종사를 노래한 조선시대 명문장가 19명의 한시 59수를 가려뽑아 펴내기도 했다.

수종사에서 내려다본 두물머리 일대 한강의 풍경./남양주시 제공

수종사에 따르면 사찰의 명칭은 조선시대 세조와 관련이 있다고 전한다. 세조가 1458년(세조 4년)에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강원도 오대산에 갔다가 남한강을 따라 환궁하던 길에 두물머리에서 머물렀다. 이때 운길산 쪽에서 청아한 종(鐘) 소리가 들렸다. 연유를 알아보니 폐허가 된 고찰이 있었다. 또 암굴에는 18나한이 자리잡고 있었고, 바위틈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바로 종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에 세조는 이듬해에 절을 다시 짓고 수종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지금의 사찰에서 약 200m 아래쪽에 석축과 큰 절터가 있어 과거에는 제법 큰 사찰이었던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한편 수종사 안에 있는 누각인 삼정헌(三鼎軒)에서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무료로 차를 대접하며 그윽한 향기와 어울리는 아름다운 전통을 잇고 있다. 사찰의 이름이 물에서 유래한 데다 다성(茶聖)으로 추앙받는 초의선사(艸衣禪師·1786~ 1866)가 다산을 찾아오면 수종사에서 자리를 함께하며 차를 마셨다는 전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