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재상 김육이 밭 갈던 곳… 이름처럼 물에 잠겨
봄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를 떠나는 경춘 국도. 특히 가평군 청평면은 북한강을 따라 명소가 곳곳에 즐비하다. 이 가운데 대표로 꼽히는 청평호는 수상레저의 메카로 이름이 높다. 청평호를 만들어 낸 청평댐은 1943년에 건설됐으니 벌써 7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길이 470m, 높이 31m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건설했으며, 조종천이 북한강 본류에 합류하는 근처에 자리잡고 있다.
청평댐 부근 가평군 청평면 청평리에는 안전유원지가 있다. 1980년대에는 강변가요제가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잠곡(潛谷) 김육(金堉·1580~1658) 선생과 인연을 맺고 있다. 그는 각지의 특산물로 거두던 조세를 쌀, 베, 돈으로 대신하도록 한 대동법(大同法)의 시행에 앞장선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 상평통보(常平通寶)를 만들어 유통하고 수차(水車)를 개발하는 등 실학의 선구자로도 인정받는다.
그의 이 같은 역정은 청평에서 보냈던 젊은 시절과 관련이 있다. 1613년 성균관 유생으로 있을 때 광해군의 박해로 지금의 안전유원지 일대에 내려와 10년을 살았다. 처음에는 거처할 집이 없어 굴을 파고 나뭇가지를 얽어매고 지냈다. 스스로 농사를 짓고 숯을 구워 팔며 백성들의 애환을 몸소 체험했다. 다시 벼슬길에 나간 이후 초심을 잃지 않고 개혁에 앞장섰다. 효종(孝宗) 때에는 영의정을 지냈으며, 후손들도 번창했다.
그의 아호 잠곡은 당시 살던 마을의 이름을 땄다고 한다. 그를 기려 나중에 잠곡동이라고 불렀다는 얘기도 있다. 잠곡은 '물이 잠기는 골짜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마을의 이름이 미래를 예견한 것은 아니겠지만, 잠곡마을 일대는 호수가 됐다. 안전유원지 안쪽에 있는 잠곡서원 터에서는 매년 봄 제례도 올리고 있다. 그의 묘소는 남양주시 삼패동에 있다. 후손들은 저서인 '잠곡유고(潛谷遺稿)'와 초상화 등의 유물을 경기도에 기증했으며, 남양주시 다산유적지에 있는 실학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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