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때 끌려간 평양감사 그리워하다 울며죽어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 김포반도의 끝에 자리잡은 애기봉(愛妓峰)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들어가는 곳에 솟아 있는 높이 155m의 작은 봉우리다. 애기봉 정상에 올라서면 폭 1.5㎞의 물길 건너편으로 손에 닿을 듯 북한 개풍군의 전경이 펼쳐진다.
김포시와 개풍군을 가르는 이 물길은 오래전부터 '할아버지 강'이란 뜻으로 조강(祖江)이라고 불렸다. 태백산에서부터 500여㎞를 흘러온 한강이 이곳에서 바다를 만나 나이가 든다는 의미다. 하지만 유유히 흐르는 물길은 현재 비무장지대(DMZ)가 돼 김포시와 개풍군뿐만 아니라 남북을 가르고 있다.
- ▲ 김포 애기봉 통일전망대에 세워진 애기봉 기념비. 1966년 이곳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쓴 것이다. / 김포시 제공
애기봉은 이런 지형적 특징만큼이나 이별의 아픔과 그리움이 맺힌 곳이다. 어린 '아기'를 둘러싼 가족 설화가 담긴 마이산·두타산·북악산의 애기봉과는 그래서 그 유래가 다르다.
김포 군지(郡誌)에 따르면 애기봉이라는 이름은 사모하는 연인을 기다리다 죽은 기녀(妓女) '애기'의 전설에서 비롯됐다. 1636년(조선 인조 14년) 병자호란 때 애기는 사모하던 평양 감사와 함께 청나라 군사를 피해 지금의 개풍군에 도착했다. 하지만 감사는 붙잡혀 북으로 끌려가고 애기는 살아남아 홀로 조강을 건넜다. 이후 애기는 날마다 산 꼭대기에 올라가 감사가 끌려간 북쪽을 바라보며 울다가 죽고 만다. 마을 사람들은 '북쪽이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묻어 달라'는 애기의 유언에 따라 시신을 산 정상에 묻고는 애기봉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쑥갓처럼 생겼다고 해서 쑥갓머리산이라고 불리던 곳이었다.
1966년 이곳을 찾은 박정희 대통령은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애기의 한(恨)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가지 못하는 우리 1000만 이산가족의 한과 같다"며 '애기봉'이란 친필휘호를 내렸다. 애기봉 통일전망대 기념비에 쓰인 글자가 바로 그것이다.
애기봉은 지금도 이별의 아픔이 계속되는 장소다. 한 해 20만명이 넘는 실향민들이 북녘 땅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을 찾는다. 1989년 세워진 통일전망대에는 북쪽을 그리워하며 절하는 곳이란 뜻의 망배단(望拜壇)도 마련됐다. 망배단에서는 매년 명절 때마다 실향민들이 북쪽을 향해 제를 올리고 통일을 기원한다.
이제 애기봉은 2014년까지 평화공원으로 탈바꿈한다. 김포시는 275억원을 들여 오래된 전망대를 철거한 뒤 54m 높이의 전망탑과 평화전시관 등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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