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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본동이야기]/[수도권]우리동네 옛이야기

[수도권] [우리동네 옛이야기] [14] 조선 초 누에 기르던 뽕나무 밭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09. 11. 23.

송파구 잠실동

"잠실섬은 한강 하류에 생긴 하중도(河中島)였다. 1960년대 말까지 대다수 서울시민은 서울에 잠실이란 지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1970년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지낸 손정목씨는 저서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에 이렇게 적었다. 지금은 연결돼 있는 잠실(섬)과 풍납동·송파동 사이에는 원래 한강물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송파구 잠실동(蠶室洞)은 강물에 둘러싸인 거대한 모래섬이었다는 것이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잠실'이란 지명은 조선 초 양잠기관인 잠실도회(蠶室都會)가 이곳에 있어 생겼다. 1930년대까지 잠실섬엔 뽕나무가 가득했으나, 일제 말 주민들이 채소밭을 가꾸려고 뽑아냈다. 개발 직전까지 잠실은 300여가구가 꽃과 채소를 기르며 사는 외딴 섬이었다.

변모는 서울시가 1971년 잠실섬 남단 물줄기를 막고 한강에서 퍼올린 토사로 잠실과 송파 사이를 메우며 시작됐다. 토사량이 부족해 1975년 말엔 '방이동의 큰 언덕을 헐어 그 흙으로 땅을 메우자'는 제안도 나왔다.

고심 끝에 서울시는 시내 쓰레기를 모아다가 저지대를 메우기로 했다. 2년간 쓰레기를 묻은 후에야 매립은 끝났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1988년 올림픽 무대였던 종합운동장이 속속 들어섰다. 허물자는 말이 나왔던 '방이동 큰 언덕'은 이후 '몽촌토성'으로 밝혀졌다. 소중한 문화재를 수장(水葬)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