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우리 동네 옛이야기] [2[ 강북구 번동(樊洞)
고려 말, 李씨 상징 오얏나무 베어낸 '벌리'
서울 강북구 번동(樊洞)의 유래에 얽힌 전설은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내우외환으로 왕조가 쇠락하던 고려 말 풍수지리와 도참설을 담은 '운관비기'란 책에 이런 예언이 담겨 있었다. '이씨가 한양에 도읍하리라(李王都漢陽).'고려 왕실과 중신들로서는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예언이었다. 그런데 마침 한양 삼각산 아래 지금의 번동 일대에 이씨를 상징하는 오얏나무(李)가 많이 자생했다. 집집마다 울타리 삼을 만큼 오얏나무가 무성하니 '이씨가 흥할 징조'란 말이 파다했고, 마침내 왕실에서 '벌리사(伐李使·오얏나무 베는 관리)'를 두어 모두 베어냈다. 이로부터 여기가 '벌리(伐李)'라 불렸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겸재 정선이 그린 '도성대지도'와 고산자 김정호가 그린 '대동여지도'에는 이곳이 '벌리(伐里)'란 지명으로 남아 있다. 이후 '벌리'란 발음이 잘못 전해져 '번리(樊里)'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번리는 조선 초부터 한성부에 속했다가, 일제시대 경성부에서 빠져 경기도로 들어갔었다. 다시 서울로 돌아온 것은 광복 이후인 1949년 8월. 이때 '성북구 번리'가 됐다. 1950년 번동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1973년 도봉구, 1995년 강북구가 생기며 소속을 옮겼다.
오는 17일이면 번동 옛 드림랜드 일대에 대형공원 '북서울 꿈의 숲'이 생긴다. 90만㎡의 거대한 숲이라니, 그 옛날 오얏나무가 무성했던 땅에 꼭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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