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기동의 유래는 폐비 윤씨 묻혔던 '회묘'
"내 죽거든 건원릉 가는 길목에 묻어주시오. 원자가 장차 보위에 올라 능행 가시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나마 지켜보고자 하오."
탤런트 구혜선은 작년 2월 SBS드라마 '왕과 나'에서 소복을 입고 나와 이렇게 말했다. 조선 연산군의 생모인 폐비 윤씨역을 맡아 성종이 내린 사약을 받아드는 장면이었다. 이 대사를 끝으로 극중 윤씨는 피를 토하며 숨을 거뒀다.
실제 폐비 윤씨는 죽기 전 태조 이성계의 무덤인 건원릉 가는 길에 묻어달라 소원했다. 마지막 소원이 받아들여져 윤씨는 한양 도성과 현재 구리시 인창동에 있는 건원릉 사이에 묻혔는데, 그 무덤 이름인 회묘(懷墓)가 지금 동대문구 회기동(回基洞)의 유래가 됐다. 처음엔 일대가 회묘동(懷墓洞)이라 불렸는데 세월이 흐르며 회묘리(回墓里), 회기리(回基里)로 바뀌었다고 한다.
회기리에서 흥인지문(동대문)으로 가는 길엔 '떡전거리' '병점리'(餠店里)로 불리던 마을도 있었다. 도성으로 향하는 길손들을 상대로 떡 파는 가게가 많아 떡전거리란 이름이 붙었는데, 일제시대 회기리에 병합됐다. 지금도 청량리에서 회기동 가는 길목에는 '떡전다리' '떡전교사거리' 등이 남아있다.
폐비 윤씨가 묻힌 회묘는 1969년 경기도 고양시 서삼릉으로 이전했고, 그 자리에는 경희의료원이 들어섰다. 요즘 전농·이문뉴타운 개발 등으로 주변이 모두 상전벽해(桑田碧海)중이니, 윤씨의 혼백이 남아있었더라도 이곳에 머무르긴 번잡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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