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2009년 큰 별 5개가 떨어진다"
- ▲ 김대중·顧問
역술인들은 올해 한반도가 화개(華蓋·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암울한 기운)와 백호(白虎·사고, 자살 등 피를 부르는 기운)가 겹치고 토(土)의 기운이 강한 운으로, 큰 인물이 타계하고 대형사고 등이 일어날 수 있는 해라고 말하고 있다(문화일보 8월 20일자 보도). 항간에는 올해 북한을 포함해 한반도에서 적어도 5개의 별이 떨어질 것이라는 역술인들의 분석이 나돌고 있다. 실제로 중병설이 나도는 북한의 지도자, 와병 중인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굳이 올해가 아니더라도 2010년을 전후해 신상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0년 우리를 이끌었던 지도자들은 독립과 건국, 산업화, 민주화를 이룩하며 오늘날 우리의 삶의 터전을 일구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서로 적대하고 반목하며 국민을 분열시키고 나라를 갈등의 장(場)으로 몰아넣기도 했었다. 그래도 그들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암울하고 비참한 후진국 대열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이승만을 존경하며 박정희에게 감사하고 김대중·김영삼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나라를 보수 일변도로 이끌고 가는 것에 제동을 건 노무현에게서도 우리는 균형의 정치를 배울 수 있었다고 후대는 기억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들이 남기고 떠난 토대 위에 새롭고 살맛 나는 세상을 열어갈 책무를 지닌다. 특히 조만간 북한의 리더십에 새로운 변화가 생긴다면 한반도 전체를 통틀어 구(舊)시대를 접고 새 시대를 열어 새로운 패러다임과 글로벌 기준에 따른 생활방식을 추구할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지난 세월에 빛났던 별들의 추락은 새롭게 세상을 비출 새 별들의 탄생을 의미한다. 2009년을 단순히 화개와 백호가 겹치는 해가 아니라 한반도에 어제의 장(章·chapter)이 닫히고 새 장이 열리는 해로 여기고 싶다.
전 세계적으로도 새로운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이미 오바마를 선택한 미국은 새로운 진로를 예약하고 있다. 50여년 집권의 자민당을 깨고 민주당을 선택한 일본은 과거와 결연히 결별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어제의 중국이 아니다. 이미 미국과 세계 양대 축(軸)을 구성하며 세계를 지배하는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여기에 유럽이 뭉치고 인도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다.
이런 전(全) 지구적인 변화가 숨 가쁘게 진행되는데 한국은 몇 건의 성취에 안주하고 우리가 이룩한 지난 세월의 업적에 함몰돼 우리끼리의 싸움에 너무 오래 천착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의 진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주변국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갈등 강국'의 앞날은 저질의 이전투구판일 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화해와 통합과 소통을 남기고 갔다고들 한다. 그가 진정 세상과 화해하고 정치적 가해자를 용서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국민 앞에 나섰을 때(6·15선언 기념식) 그는 여전히 '투쟁 중'이었다. 그러나 죽음은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다고 한다. 바라건대 그는 자신의 일생을 점철한 투쟁과 갈등의 요인들을 자신의 죽음과 더불어 거두어 갔으리라 믿고 싶다. 그것이 역사의 요청이고 또 순리라면 DJ는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것이 'DJ 화해'에 대한 긍정적 해석이다.
그의 서거를 계기로, 그리고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남북의 지도자들이 생물학적인 생애의 마감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시대의 장(章)이 바뀌는 것을 오감으로 느낀다. 우리의 지난 60년이 준비의 시기였다면 이제 2009년을 넘어서며 도약의 시기로 접어들어야 한다.
우리가 화해하며 용서하고 사과하며 소통해야 할 것은 '과거'와의 악수가 아니다. 우리가 바라고 기대하는 화해는 YS와 DJ의 쇼 같은 '악수'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화해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MB와 여의도의 소통만이 아니다. 구시대 스타일의 지도자가 떠나간 자리에 진정한 소통과 깊이 있는 화해의 길을 탐구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해야 한다. 아쉽게도 '큰' 별들은 계속 스러지는데 그 자리에 들어설 '새 별'은 아직 보이지 않고 별똥별들만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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