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최규학
몇 겁을 수행해야 풀로 태어날 수 있을까?
태어난 그 자리 벗어나지 않고도
싱싱하게 살아가고
몸이 밟히거나 뜯겨도
기쁨에 충만하여 춤출 수 있을까?
소나무처럼 뻣뻣하지 않고도
서고
대나무처럼 마디가 없어도
부러지지 않을 수 있을까?
몸이 베이거나
불에 타더라도
꽃보다 진한 향기 낼 수 있을까?
제 몸을 다 내어주고도
다시 살아나 영생하는
파아란 풀이여
너는
그저 짓밟히는 하찮은 물건이 아니라
하늘 같은 존재구나.
풀 보살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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