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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공든 탑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21. 8. 21.

공든 탑

최규학

나는 알지 못하였습니다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에서 공이 무엇인지를
공(功)은 공손할 공(恭)이요 정성 공(悾)이며 바칠 공(貢)이었습니다
두려울 공(恐)이며 빌 공(空)이었습니다
두 손 맞잡을 공(拱)이며 묶을 공(鞏)이었습니다
사비성 한복판에 천오백 년을 버티고 서있는 저 석탑은
얼마나 많은 공이 들어있길래 아직 부소산과 형 아우 하는 것일까요?
서동왕자 선화공주의 사랑은 얼마나 많은 공이 들어있길래
천오백 년이 지나서도 장미와 향기를 다투는 것일까요?

나는 알지 못하였습니다
바위 위에 자그만 돌멩이 몇 개로 기원 탑을 쌓아 올리는 의미를
공손한 마음으로 정성을 바치는 저 손길이
두려운 마음으로 신이 채울 빈 곳을 남기는 저 순수가
돌과 돌을 서로 잡아 묶어둔다는 것을
어머니의 공으로 자식의 허술한 생명 탑이 무너지지 않고
아내의 공으로 남편의 허술한 사랑 탑이 무너지지 않으며
누군가의 공으로 나의 허술한 인생 탑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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