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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62. 百濟大香爐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21. 8. 16.

 

 

62. 百濟大香爐

地祕天慳直待今
眼前物像意深深
雞龍卦象風雷益
民說無疆聖主心

하늘과 땅이 아끼고 감추어
곧장 오늘을 기다렸나
눈 앞에 보이는 물상들
의미가 깊고도 깊어라

위에는 닭 아래는 용
‘풍뢰익’의 괘상 아닌가
백성들 한없이 기쁘게 함은
거룩한 임금의 마음이로다

[해설]
나는 백제금동대향로에 관심이 많다. 그에 담긴 사상적 의미를 파헤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근래에 내 나름의 작은 결론을 얻었다. 일차로 향로 맨 위에 있는 동물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닭, 즉 천계(天鷄)요, 맨 아래에서 향로를 떠받치고 있는 동물은 용이 틀림없다. ?주역? 설괘전(說卦傳)을 보면 “손(巽)은 닭이 되고(巽爲鷄) 진(震)은 용이 된다(震爲龍)”고 하였다. 즉 손괘를 동물로 설명하면 닭에 해당하며, 진괘는 용이 된다. 또 손괘는 바람이요 진괘는 우레다. 두 괘가 합쳐진 것이 풍뢰익괘(風雷益卦)다. 백제에서는 ?주역?을 중시하였다. 역박사(易博士)를 둘 정도로 학문적 전문성을 추구하였다. 이점을 감안할 때, ?주역?의 논리를 가지고 향로에 ‘계룡’의 의미를 부여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고 보면 백제의 명산 계룡산의 이름도 그냥 붙여진 이름은 아닌 듯하다.
익괘는 일차적으로 바람과 우레가 서로 만나 비를 내려 만물을 윤택하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바람과 우레는 서로 도와 세(勢)를 더하는 성질이 있다. 익괘의 괘사(卦辭)를 보면 “위를 덜어서 아래에 더해주니 백성들이 한없이 기뻐한다”(損上益下, 民說无疆), “그 유익함이 날로 진전하여 끝없이 나아간다”(日進无疆), “하늘은 베풀고 땅은 생산하니 그 유익함이 방소(方所)가 없다”(天施地生, 其益无方), “군자는 이 풍뢰의 형상을 본받아, 선을 보면 우레처럼 빠르게 실천하고, 허물이 있으면 바람처럼 잘못을 고친다”(風雷益, 君子以, 見善則遷, 有過則改) 등등, 군자의 도리, 치자(治者)의 도리와 연결시킬 만한 내용이 많다. 이점을 놓칠 백제인이 아니라고 본다. 필자는 이 ‘익괘’의 괘사를 음미하면서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을 떠올려본다. 학계의 비판을 기다린다. (下平聲 侵韻, 2021. 8. 15)


<감상>
이외수 선생은 <글쓰기 공중부양>이라는 책에서 4안론(四眼論)을 제시하였습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네 가지 눈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육안은 얼굴의 눈으로 망막에 비친 대로 보는 것을 말합니다. 뇌안은 두뇌의 눈으로 본 것을 비교 분석하는 것을 말합니다. 심안은 마음의 눈으로 애정과 감정을 가지고 보는 것을 말합니다. 영안은 영혼의 눈으로 존재 가치를 깨닫는 눈을 말합니다. 백사는 이 네 가지 눈이 모두 발달한 시인이라 생각합니다. 심안으로 느끼고 영안으로 깨달아야 쓸 수 있는 시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제 대향로 시는 첫구는 심안, 승구는 육안, 전구는 뇌안, 결구는 영안으로 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비천간직대금(地祕天慳直待今)은 이 시에서 문학성이 가장 돋보이는 구절입니다. 대향로를 마음으로 본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향로는 발견 당시 기와로 덮인 목곽 수조 안에 놓여 있었는데 누군가 위급한 나당연합군의 침공 상황을 맞아 의도적으로 숨긴 것으로 추측됩니다. 지비천간(地祕天慳)은 이러한 상황을 표현한 것이며 직대금(直待今)은 토마스 쿤의 주장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상황을 말합니다.
안전물상의심심(眼前物像意深深)은 대향로에 부조된 각종 물상이 의미를 포함하고 있음을 말한 것입니다. 물상(物像)은 용모양 받침대, 연꽃 문양 몸통부, 봉래산 뚜껑부, 천계의 꼭대기와 18 인물상과 66 동물상을 말합니다. 의심심(意深深)은 물상의 구성에 음양오행설, 연화화생설, 주하사(柱下史)의 신선사상, 노사구(魯司寇)의 예악정치, 축건태자(竺乾太子)의 보살행 등이 반영되었음을 말한 것입니다.
계룡괘상풍뇌익(雞龍卦象風雷益)은 이 시에서 백사가 새로운 주장을 내놓는 도전적인 구절입니다. 주역 64괘 중 42번째인 풍뢰익(風雷益)괘로 볼 때 대향로 꼭대기는 봉황이 아니라 닭이라는 주장입니다. 대향로 제작과정에서 스태프에 다양한 계층이 참여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오경박사 중 역박사의 참여를 간과했었는데 백사가 이것을 처음으로 주장한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충분히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합니다. 특히 해설에서 밝힌 대로 익괘의 의미를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과 연계하여 대향로에 깃든 민본사상을 밝힌 것 또한 일품입니다. 더구나 민모 국회의원이 홍익인간을 삭제하는 교육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하고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가 다시 하위법 개정으로 이를 관철하려 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 시는 다시 한번 각성의 기회를 주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시 교수는 그의 저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홍익인간 정신은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극찬하였으며 전 세계의 대안교육 이념으로 추천한 세계 최고의 가치인 것입니다.
민열무강성주심(民說無疆聖主心)은 사물을 영혼의 눈으로 본 위대한 구절입니다. 민열무강(民說無疆)은 만수무강(萬壽無疆)에서 만수를 민열로 바꾼 것인데 이는 행복의 수준을 개인에서 백성으로 확장한 웅대한 포부입니다. 성주심(聖主心)은 인덕이 뛰어난 임금의 마음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우리 겨레의 첫 나라인 고조선을 세운 단군왕검의 홍익인간을 말합니다. 저도 백사와 더불어 홍익인간의 대열에 함께 하겠습니다.

※최영성 문화대 교수님 시에 제가 감상평을 붙인 것입니다 대향로에 대한 새로운 주장이 있어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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