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어있는 낙엽
최규학
겨울까지 붙어 있는 낙엽은 추하다
나무가 놓아주지 않던
낙엽이 놓지 않던
그 모습은 자연스럽지 않다
다 떨쳐 버리고 맨몸으로 찬바람을 견디는 나무는
얼마나 당당한가
저 견딤으로 이별의 아픔을 잊고
푸르고 싱싱한 새잎을 맞게 되나니
그 얼마나 숭고한 놓음인가
미련 없이 떨어져서
나무 아래에서 안식을 즐기는 낙엽은
또 얼마나 편안한가
스스로의 따뜻함이 나무를 따뜻하게 하고
썩어서 나무의 거름이 되고
새잎이 되어 다시 나무를 만나게 되나니
그 얼마나 거룩한 비움인가
작은 욕심 때문에 우주의 섭리를 따르지 않고
붙어 있는 낙엽은
그 얼마나 초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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