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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허수아비/ 최규학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9. 7. 21.

허수아비

 

최규학

허수아비를 바라보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비스듬한 밀집모자 남루한 하얀 옷

햇볕이 쨍쨍 콩을 볶아도

천둥번개가 우르릉 쾅 바위를 쪼개도

허수아비와 아버지는 밭에 함께 있었다

한여름 무더위는 어딜 가든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거센 소나기는 오래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리라

허수아비는 새를 쫒지 못하더라도

아버지의 친구가 되어줄 수 있어서 행복하고

아버지는 허수아비 대신

새를 쫒아줄 수 있어서 행복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허수아비도 사라졌다

허수아비가 아버지를 따라갔는지

아버지가 허수아비를 데려 갔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