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최규학
허수아비를 바라보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비스듬한 밀집모자 남루한 하얀 옷
햇볕이 쨍쨍 콩을 볶아도
천둥번개가 우르릉 쾅 바위를 쪼개도
허수아비와 아버지는 밭에 함께 있었다
한여름 무더위는 어딜 가든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거센 소나기는 오래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리라
허수아비는 새를 쫒지 못하더라도
아버지의 친구가 되어줄 수 있어서 행복하고
아버지는 허수아비 대신
새를 쫒아줄 수 있어서 행복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허수아비도 사라졌다
허수아비가 아버지를 따라갔는지
아버지가 허수아비를 데려 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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