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쌍리/
최규학
사람도 나무가 될 수 있음을 당신을 보고 알았습니다
당신은 걸어 다니는 매화나무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뼈 속까지 사무치는 추운 세월을 견디고
지금
코를 찌르는 향기를 피워내고 있습니다
나비도 당신 머리에 앉고
바람도 당신 치마를 펄럭입니다
육만 평 산비탈에 가득한 매화 꽃
아무리 아름답고
나비처럼 나부끼는 사람들
아무리 즐거워도
혼자서 호미 들고 매화나무 곁에 앉아있는
고독한 당신이
안 계신다면
이곳은 한낱 신기루일 뿐입니다
당신은
가장 매화꽃다운 매화꽃이요
가장 매화나무다운 매화나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