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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첫눈은/ 최규학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7. 12. 7.

첫눈은/

 

 

최규학

 

 

첫눈은 누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가

근사한 커피숍에서 달콤한 커피를 마시는

부유한 연인들에게도 잘 어울리지만

희미한 가로등 아래에서 군고구마를 호호불며

사랑의 눈길 주고받는

가난한 연인들에게 더 잘 어울린다

 

첫눈 오는 날 따뜻한 차 안에서

무심하게 눈을 바라보는

철학자 같은 사람에게도 잘 어울리지만

눈을 맞으며 하얗게 걸어가는

동화 속 요정 같은 사람에게 더 잘 어울린다

 

첫눈은 짝과 함께 서서

사랑의 불꽃놀이같이 분출하는 눈을 벅찬 가슴으로 받는

행복한 사람에게도 잘 어울리지만

겨울나무처럼 홀로 서서 천상에서 내려오는

눈이 짝이라도 되는 듯 외로운 가슴으로 받는

고독한 사람에게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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