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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나의이야기

[2014년 3월 27~29일]초딩 친구들과의 제주 여행기//글 조복연, 사진 조성인(란)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4. 4. 24.

초딩 친구들과의 제주 여행

 

 


                                                                    글 :조복연

 

사진:조성인(란)

 

초딩 친구들과의 만남은 나를 언제나 설레고 즐겁게 할 뿐 아니라 삶의 활력소를 되찾아 주곤 한다.

어린 시절 6년이란 세월을 한 교실에서 같은 선생님을 모시고 함께했던 터라 서로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제주여행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나에게는 이번 여행이 중년을 넘어 노년으로 가는 우리 친구들의 성숙함과 너그러움을 느끼게 했으며 이들과 함께하면 노년에도 외롭지 않겠다는 확신을 하게 하는 여행이었다. 여행을 가자고 의논하는 시점부터 나는 본의 아니게 여행주선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었고 비행기 티켓팅, 숙박장소 예약, 여행비 지출 및 정산까지 내가 맡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여행을 여러 번 해봤지만, 여행사를 통하거나 다른 누군가가 주선하는 여행을 따라다녔기 때문에 사전준비가 어렵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결국은 항공권 구매, 숙소 예약은 지인을 통해 했다.

이번 여행에서 친구들은 본인보다는 다른 친구를 먼저 생각하고 작은 것이라도 같이 나누고자 노력하는 마음들을 보면서 노년의 성숙함을 엿보게 하였다.

 

그 예로 덕순이가 나중에 합류해 할인항공권이 매진되어 비용을 4만 원을 더 지급해야 했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모두 생각할 것도 없이 더 지급하더라도 같이 가고 부담은 공동으로 나누자고 하였다.

또한, 모두 친구들을 위해 맛난 반찬을, 화영이는 조끼를, 성란이는 등산 양말을 준비해 선물하는 등 친구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어서 늙으면 친구가 최고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2014. 3. 27. 07:15. 김포공항 출발 제주항공권을 인터넷으로 예약하니 출발 당일 1시간 전까지 공항에 와서 티켓을 받으라는 메일이 왔고 나는 경험이 없어 늦어도 6시 15분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전날부터 잠을 설쳤다. 드디어 여행 첫날인 3월 27일 아침이 되었다.

 

별생각 없이 아들 승용차로 종로3가역에 가서 지하철 5호선 첫차(05:40)를 탔다.

지하철에 승차하고 나서 노선도를 확인해 보니 김포공항에 6시 15분까지 도착할 수 없는 거리였으며

그제야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훨씬 빨랐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출발 1시간 전에 항공권을 찾지 않을 경우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며 가는데 6시경에

학순이가 도착했다며 어디냐고 전화를 했다.

 

급한 마음에 가고 있으니 티켓팅 장소가 어딘지 알아보고 전화해 달라고 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전화가 없었다.

기다리다 못해 전화하니 신랑이 아무 생각 없이 국제선 출발장소에 내려주고 가서 국내선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고 했다. 김포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7시 25분. 숨을 헉헉거리며 2층 제주항공 창구에 가서 항공권을 발권했는데 9명 모두를 확인하고 표를 내주게 되어 있다며 와 있는 사람(성자, 학순, 나) 외에는 표를 주지 않았다.

원리 원칙대로 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새내기 직원인 것 같았다.

 

하나둘 도착하는 데로 얼굴을 확인하고 표를 받으면서 기다리는데

재순이가 보이지 않는다. 혼자 2층에서 기다리는데 왜 친구들이 보이지 않느냐고 전화만 여러 번 하면서 탑승시간이 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2층으로 오라는데 왜 안 오느냐고 급하게 전화를 하니 2층인데

태극기가 많이 있는 곳이라 했다.

제주항공 티켓팅 장소를 물어봐서 오라 하니 조금 있으니 나타나서 탑승출구인 3층에 있었다며

택시에서 내려 1개 층을 올라갔기 때문에 그곳이 2층인 줄로 착각하였다고 하였다.

 

 

 

                          <재순이를 마지막으로 모두가 왔네>

 

7시 5분 9명 모두가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할인항공권을 사다 보니 좌석예약이 되지 않아 모두가 맨 뒷좌석에

앉았다. 친구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만약 비행기 사고라도 나면 가장 위험한 자리인데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제주에 도착하기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8시 30분경에 드디어 제주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 앞에서 3일 동안 수고해 주실 기사님(변○○)과 스타렉스 자동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김해공항에서 7시에 출발해 우리보다 먼저 도착했어야 할 정순이가 보이지 않아

전화를 하려고 보니 안개 때문에 아직도 출발을 못 했다는 문자가 와 있었다.

 

언제쯤 올 수 있는지 궁금해 전화하니 안개 때문에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방송만 계속 나오고 있다고 한다.

공항에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기사님께 미안하기도 하여 우리 먼저 갈 테니 택시로 오라고 전화하고 출발하자고 하니 기사님이 공항 인근 관광지를 둘러보고 도착하거든 같이 가자고 해 매우 고마웠다.

 

 

                                   < 제주 공항 앞에서>

 맨 처음으로 애월 해안도로를 달려 애월항에 도착해 바닷가를 거닐고 사진도 찍었다.

정순이가 ‘9시 35분에 비행기 출발’이란 문자를 보내 기사님과 상의한 결과 용두암을 더 보고

공항으로 가면 시간이 맞을 거라 하여 용두암을 둘러보고 공항에서 정순이와 합류했다.

 

 

                            <애월항에서, 정순이는 오는 중>

 

 

<용두암 앞에서>

 

모두 일찍 나오느라 배고프니 점심부터 먹자고 하여 기사님께 맛있는 음식점으로 안내해 달하고 하니 산방산이 보이는 만복 횟집(서귀포시 안덕면)으로 안내해 해물탕으로 점심을 맛있게 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기사님까지 11명이 해물탕 대짜 2개로 점심을 해결하는 알뜰한 살림솜씨를 뽐냈다. (해물탕 대짜 55,000원, 중짜 45,000원

 

 

                                                                <금강산도 식후경>

 

점심을 먹고 소화해야 한다며 용머리 해안-산방산 올레길 입구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해안으로 가는 입구의 길이 험해 나는 발목이 약해 차에 있겠다고 하니 해변까지의 길이 험하지 그곳부터는 괜찮다 하여 걷기로 마음먹고 해안에 나오니 안 왔으면 후회할 뻔 했다. 이곳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과 함께 최근에 선보인 올레길로 80만 년 지구의 시간을 품은 '지구의 지문'으로도 불리며 제주문화의 원형으로 조명받고 있는 곳이라는데 도대체 얼마나 오래전에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되었는지 퇴적암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용머리 해안에서>

 

 다음으로 찾은 곳은 돌마을 공원이었다. 돌마을공원의 입장료는 1인당 5천원 이었으며 제주도의 이상한 돌들을 모두 모아 놓은 것 같았다. 공원 한편에는 사람이 죽어서 환생한 것 같은 각양각색의 사람모양의 돌들이 서 있었다. 나는 죽어서 무엇으로 환생할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돌마을공원 관광을 끝으로 첫날의 일정을 마치고 숙소인 한화콘도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해 214호를 배정받았고 집에서 해온 반찬들로 저녁을 먹고서 몇몇은 일찍부터 잠자리에 들고, 몇몇은 그동안 참아왔던 수다를 떨면서 고스톱 삼매경에 빠져 밤을 보내었다.

 

 

 <동양화 공부에 전념 중>

 

 둘째 날 아침은 성자가 정성껏 준비해온 된장국을 맛있게 끓여서 평소에 아침을 안 먹던 나도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9시에 기사님이 도착해 모두 한껏 멋을 내고 절물삼림욕장으로 고고 ~

 

 

 

<저녁 밥상과 아침 밥상>

 

절물삼림욕장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명림로 584에 위치해 숙소에서 20여 분 만에 도착했다.

대부분 삼나무로 이루어진 이 휴양림은 1997년 7월 23일 개장하였다며, 입장료는 1,000원이었다. 총 300ha의 면적에 50여 년생 삼나무가 수림을 거의 다 차지하여 마치 머리빗처럼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해풍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 한여름에도 시원한 한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 한다.

 

휴양림 속에는 숲 속의 집, 산림문화휴양관, 실내 삼림욕장, 약수터, 연못, 잔디광장, 세미나실, 맨발 지압 효과의 산책로, 순수한 흙길로 된 장생의 숲길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

중간에 고리 넣기 게임을 하고, 약수터에서 약수도 마시고, 생이 소리(새소리의 제주방언) 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주변이 눈 속에서도 꽃이 핀다는 복수초 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절물휴양림을 뒤로하고 찾은 곳은 제주 서귀포시 남원에 위치한 쇠소깍과 큰엉이었다

쇠소깍은 제주시 서귀포시 하효동에 있다. 이곳은 덕순이가 1박 2일 프로그램에서 방영됐던 곳 인데 제주에 여러 번 왔어도 못 가 봤다면서 꼭 보고 싶다고 해서 찾아간 곳이다.

쇠소깍은 원래는 소가 누워 있는 형태라 하여 쇠둔 이라는 지명이었는데, 효돈천을 흐르는 담수와 해수가 만나 깊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어 쇠소깍이라 붙여졌으며 쇠는 소, 소는 웅덩이, 깎은 끝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쇠소는 용암이 흘러 내려면서 굳어져 형성된 계곡 같은 골짜기로 이름만큼이나 재미있는 지형이었다. 또한 이곳에는 ‘태우’라는 작고 편편한 뗏목이 있었는데 여러 대가 물 위를 유유히 가르고 있었다.

 

<쇠소깍>

 

다음으로 찾은 곳은 제주도에서 해변을 보며 걷기 좋은 가장 멋진 올레길인 큰엉.  제주올레 5코스의

길이었다.

‘큰엉’이란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에 위치한 해안 경승지를 말하며 큰 언덕을 뜻하는 제주도 사투리이다. 멋진 해변을 보면서 걸을 수 있는 1.5km의 산책길이 있는데 검은색 용암 덩어리의 기암절벽이 해안선을 따라 펼쳐져 있었다. 거대한 해안동굴이 곳곳에 형성되어 있는데 바다에서 봐야만 제대로 보인다고 한다.

 

큰엉 올레길이 끝나는 부분에 나무들이 우거져 한반도 지도의 모습이 보이는 곳이 있었는데 참으로 신기하였다. 우리는 이곳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기사님과 함께 되돌아가서 보니 포토존 팻말까지 설치되어 있었는데 별 생각 없이 지나친 곳으로 이곳에서 한반도 지도를 배경으로 제각각의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었다.

 

 

한나절을 계속 돌아다니고 나니 배고프다는 신호가 오기 시작하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듯 아무리 빼어난 절경이라도 우리들의 배고픔을 달랠 수는 없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간 곳은 서귀포 칠십 리에 있는 ‘서귀포 괸당네 갈치요리리집’이었다. 괸당네라는 말은 제주도 사투리로 친척 집이란 뜻이라고 한다.

 

우리는 기사님까지 모두 11명으로 이 층에 있는 테이블 3개를 차지하고서는 어제처럼 갈치조림을 대자로 2개만 시켜 먹자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주인이 갈치조림 대자 2개만 시킬 경우 갈치 맛을 못 보는 사람도 있을 거라며 중짜 3개로 하라고 권유해 중짜 3개와 즐거운 여행길 빠질 수 없는 소주 2병을 시켜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소화할 겸해서 인근의 작은 공원을 거닐다 손잡이를 앞으로 당기면 상체가 자동으로 일어서지는 이색적인 운동기구를 경험해 보았다. 화영이가 이 운동기구를 타려 하니 점심때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당진에서 왔다던 남자분이 타는 법을 알려 주겠다며 뒤에서 타다가 앞에서 마주 보고 타는데 남녀의 행위 모습 같아 우리는 모두 배꼽 잡고 웃었다.

 

 

공원에서 해안을 타고 주차장으로 가려는데 길이 험해 다리가 약한 나와 명숙이 등 일부는 안전한 도로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해안을 따라가던 친구중 화영이가 미끄러져 물속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사고를 목격했던 친구들은 물속으로 화영이가 완전히 빠지는 큰 사고였는데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 쑥스러워하는 화영에게 모두가 걱정러운 표정으로 아픈데 없느냐고 하자 손가락이 아프다 하여 인근 약국에 들러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사고 다음 코스로 향했다.

 

 

<바닷물에 빠진 이화영 물이 주루룩..>

 

다음 코스는 외돌개가 있는 7번 올레길이 시작되는 곳이었다. 잔뜩 흐린 날씨였지만 기다란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한쪽은 바다~ 한쪽은 푸른 숲을 보며 산책을 하다 보니 외돌개가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에메랄드 빛 푸른 바다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외돌개는 오랜 세월을 지켜온 멋진 바위라고 하며 장군석 또는 할망 바위라고도 한다. 화산활동에 인해 분출된 용암이 식어서 생성된 모습이라고 하는데 제주의 거센 파도와 바람에도 끄떡없는 강인함을 지니고 있는 돌이기에 제주를 대표하는 여행지인 것 같다. 이곳은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사랑받는 인기명소인데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인기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이기 때문이란다. 산책로 중간에 대장금 포스터와 포토존이 있어 모두 걸음을 멈추고 장금이로 변신하는 사진 찰칵~ 찰칵~

 

<장금이와 무수리>

 

 외돌개 올레길이 끝날 무렵 날씨가 더욱 흐려지더니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소낙비가 온다 해도 관광을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는 태세로 중문 대포 해안의 주상절리대를 향해 고고 ~

 

 <외돌개 올레길에서>

 

제주도기념물 50호인 주상절리대는 중문 관광단지 내 해안을 따라 높이가 다르고 크고 작은 사각형 또는 육각형 바위들로 깎아지른 절벽을 이루고 있다. 주로 화산암 암맥이나 용암, 용결 응회암으로 돌기둥 사이로 파도가 부딪혀 하얀 포말이 부서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 주상절리대에서>

 

주상절리대 관광을 마치고 덕순이가 천혜향 2박스를 샀다. 반찬을 해오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이것으로라도 달래기 위해서란다. 우선 천혜향 1개씩을 나눠 먹고 그 향기를 머금으며 차에 올라 다음 코스인 1,100고지를 향해 고 고~

1,100고지를 향해 출발하는데 기사님이 음악을 틀어주며 높은 고지로 올라가기 때문에 귀가 먹먹해지지 않게 노래를 하라고 음악을 크게 틀어 주었다. 우리는 노래를 신이 나게 따라 부르며, 간간이 노래들 잘한다고 칭찬하며 드디어 1,100고지에 도달했다. 차에서 내리려니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고 비가 제법 많이 내려 구경할 수 없을 정도였다. 우리가 내리기를 꺼리니 기사님이 단체 사진이라도 한 방 찍고 가라고 하여 모두가 내려 포즈를 취하고 단체 사진 한 방 찰칵~ 

 

                                                     <1,100고지에서>

 

 1,100고지를 뒤로하고 호텔로 오는 중간에 신비의 도깨비 도로라는 곳에 들렀다. 눈에 보이기는 분명 오르막길인데 차 시동을 끄니 차가 내려갔다. 실제는 내리막인데 주변의 지형 때문에 착시현상으로 그렇단다. 차에서 내려 직접 걸어보니 오르막으로 보이는 곳은 발걸음이 가볍고 내리막으로 보이는 곳은 발걸음이 무거웠다. 물을 부어 시험해보는 사람들도 있었고 길옆에는 도깨비 상도 우람하게 서 있었다.

 

                                                                     <신비의 도로>

 

신비의 도로에서 숙소로 오는 도중에 시내 대형 마켓에서 시장을 봐 숙소로 향했지만, 오늘 밤 10시경에 뚜껑 열리는 아로마 돔 나이트에 입장하기로 약속돼 있어 모두 마음이 들떠있었다. 나이트 왕복을 기사님이 수고해 주기로 돼 있어 기사님도 숙소에서 저녁을 같이하기로 하였다.

 

숙소에 도착하니 와인 잔 10개가 테이블에 놓여 있어 후론터에 물으니 명숙이 사위가 룸서비스를 주문했다고 한다. 모두들 명숙에게 사위 잘 뒀다고 칭찬하며 손뼉를 치는 등 기쁜 마음들을 감추지 않았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데 명숙이 사위가 보낸 룸서비스(과일바구니, 와인, 아이스크림케익)가 도착하자 거실탁자에 차려놓고 명숙이를 중심으로 한 살 위인 친구들은 소파에 앉고 성재가 절을 하는 등의 쇼를 연출했다.

 

 

<환갑상을 차려놓고>

 

 

저녁을 먹고 나서 나이트용 의상은 흰 색 바지라는 등 요란을 떨다가 9시 30분경에 나이트로 고 고 ~~

 

나이트 앞에 도착해 차 안에서 기사님이 미리 예약한 웨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건물 앞에 많은 사람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차 안에서 10여 분 더 기다리니 몸이 왜소한 웨이터가 나와 줄 사이를 뚫고 우리를 안으로 안내했다. 웨이터를 따라가 안내대로 빈 테이블에 앉았으나 덩치가 큰 웨이터가 일어나라고 윽박질렀다. 눈치로 보아하니 우리 웨이터보다 더 센 웨이터인 것 같아 시키는 대로 우선 앞에 가서 놀고 있으니 지금부터 지붕이 열릴 것이니 모두 자리에 앉으라는 멘트가 나왔다. 우리는 지정테이블이 없어 한구석에 서 있는데 지붕이 연꽃 벌어지듯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다 열린 지붕 사이로 인조 눈이 날리면서 많은 관중이 빠져나가고 우리에게 테이블이 지정되었다. 친구들은 앞으로 나가 신이 나게 춤을 추며 즐거워했으나 나는 조금 전에 몸을 흔들면서 발목에 신호가 와 내내 테이블을 지키고 있었다.

 

 

<제주제에서 제일 넓은 아로마 나이트클럽 지붕이 열리는 모습>

 

밤 12시경에 기사에게 전화를 하고 나이트를 나와 숙소로 향해 12시 30분경에 도착해서 잠자리에 들었다.

여행 마지막 날인 셋째 날이 밝았으나 궂은 날씨가 이어졌다. 재순이가 아침을 먹기 위해 남은 고기와 김치를 몽땅 프라이팬에 쓸어 넣고 김치찌개를 끓이는 것을 보니 그릇과 비교하면 양이 너무 많아 잘 끓을 것 같지가 않았다. 아침 먹으라는 소리에 가보니 다른 냄비에 반쯤 덜어내고 끓였어도 푹 익지 않은 것 같다고들 했다. 그런대로 김치찌개와 남은 반찬들로 아침 식사를 하고 숙소를 나서 관광지로 고 고 ~~

 

비가 부슬부슬 내려 우산이나 우비가 없으면 관광이 불가능할 것 같아 친구들에게 둘 중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으니 기사님이 바람이 많아 우산으로는 버티지 못할 거라며 성산 하나로마트에 차를 세웠다. 진열대에 1만 7천 원짜리 우비뿐이었다. 점원에게 싼 우비 없느냐고 물으니 바구니 안에서 개당 천 원짜리 비닐 우비를 내주어 11개를 구매해 드라마 ‘올인’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섭지코지에 도착했다.

 

  <섭지코지에서>

이곳은 제주의 다른 해안과는 달리 '송이'라는 붉은 화산재로 되어 있고, 밀물과 썰물에 따라 물속에 잠겼다가 일어서는 기암괴석들로 수석 전시회를 방불케 한다고 한다. 단적비연수, 이재수의 난, 천일야화, 올인 등을 촬영했으며 2003년 「올인」 촬영 세트장을 건립하며 유명해졌고 등대가 자리 잡고 있어 평소에도 많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이라고 한다.

특히 이날은 바람이 세어 우리를 집어삼킬 것 같은 거센 파도가 장관이었다. 해안 길옆에는 유채꽃이 만발한 밭이 우리를 반겨 꽃과 함께 사진 한 컷씩 찰칵~ 찰칵~

 

<섭지코지 유채꽃밭에서>

섭지코지를 뒤로 하고 해녀박물관을 들렀다가 제주의 별미 전복죽을 잘하며 해녀가 운영한다는 소라네 집을 찾아가 전복죽을 주메뉴로 해삼, 멍게, 소라와 소주를 곁들여 점심을 맛있게 먹고 해녀분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다음 행선지인 선녀와 나무꾼 고고 ~~

<우리 조직의 큰형님과 얼라 사이ㅎㅎㅎ>

  <오른쪽 5번째가 해녀>

 

선녀와 나무꾼은 60~70년대 우리의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곳이며 입장료는 1인당 9천 원으로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막상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그 정도는 받아야 할 것 같았다.

특히 우리가 살아온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게 되었다. 어린 시절 우리가 살아온 일상 하나하나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선녀와 나무꾼 입구>(끝까지 형님으로 모시는 얼라의 인사법...ㅎㅎㅎ)

 

우리 말고도 많은 관광객이 입장하여 있었는데 우리가 제일 극성스럽게 구경을 하였다. 옛날 시골변소에서 일보는 모습까지도 재현해 보더니 길가에 엎드린 아이 모형이 나오니 몇 명이 얼른 올라타 말타기 놀이를 재현했다.

조금 더 지나 고고장이 나오자 모두가 신 나게 흔들어 대고, 참새가 방앗간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더니 재순이는 길가 노래방에서 천원을 투입하고 주위 관광객은 아랑곳하지 않고 노래 한 곡을 끝까지 신나게 뽑아댔다.

학교를 재현한 곳에서 성란이는 탁구 실력을 뽐내고, 고무줄이 나오자 몇 명이 동시에 옛날의 동요를 부르며 고무줄을 신이 나게 해보고, 교실에서 교복을 입고 다른 팀의 권오경 닮은 남학생과 사진도 함께 찍었다.

 

 

 

<1960~70년 대를 회상하며>

 

선녀와 나무꾼을 들러보고 나오는데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부침개 냄새 코끝을 자극해 막걸리 한잔 생각이 났으나 일행 중 일부가 이미 나가버려 할 수 없이 군침만 삼켜야 했다.

차에 올라타 기사님께 서울행 비행기는 20시 50이나 김해행이 19시 15분이므로 18시 30분까지는 공항에 데려다 줄 것을 요청하니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자연사박물관을 더 보고 선물가게를 들러 공항으로 가자고 하였다.

 

 

 

자연사박물관을 들렀으나 친구들은 큰 관심을 두지 않고 둘러보고 선물가게에 들러서는 이것저것 살펴보기만

하고 주로 천혜향과 초콜릿을 샀고 정순이만 옥돔을 샀다. 아마도 예쁜 신랑에게 맛난 반찬을 해 주려나 보다.

선물가게에서 나와 공항에 가니 18시 35분, 정순이와 작별하고 서울에 도착하면 너무 늦고 시간이 남아 있으니 저녁 식사를 하고 가자는 의견에 기사님께서 인근에 제주 특식 보말칼국수 집이 있다며 안내해 보말칼국수로 저녁을 먹었다. 보말칼국수는 고동 비슷한 해산물 육수에 해조류를 넣고 끓인 칼국수이었다.

 

(하늘에서 본 서울 야경)

 

 

                                                            (앨범 제작까지 멋진 여행이었다.)

  ==2014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