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명의 장수한 노인'에서 유래된 마을
"자꾸 공순이, 공순이 캐샇지 말어예. 어디 뭐 대학생이 씨가 따로 있어예?"
-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이문열의 소설 '구로 아리랑'은 노동 운동을 하는 대학생의 눈을 통해 본 구로공단 여공(女工)의 삶을 그리고 있다. 소설이 나온 1980년대 구로구 구로동(九老洞)은 '노동 운동'과 '닭장촌'(여공들이 살던 좁은 집)으로 대표되던 경제·문화적 불모지였다. 그러나 '터'가 나쁜 것은 아니다. 동명(洞名)은 아홉 명의 장수한 노인이 살던 마을이라는 데서 유래했다. 구로5동에 있는 고개인 '상나무재'는 이곳에 큰 상나무(향나무로 추정)가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홉 노인 중 한 분이 이 상나무를 심었고 한다. 서낭(서낭신이 붙어 있다는 나무) 역할을 해 마을 사람들이 고개를 넘을 때면 반드시 이 나무 아래에서 절을 하고 지나갔다고 한다.
AK플라자(구 애경백화점) 오른쪽은 '각만이 마을'로 불렸다. 풍수가들이 이곳에 수만 가구의 집들이 들어설 것이라고 예언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상나무재에서 구로5동사무소 동남쪽으로 가다 보면 산 밑에 마르지 않는 샘물이 있는데, 옻오른 사람이 마시면 백발백중으로 낫는다고 해 '옻우물 약수터'라고 불렸다.
최근 대학로에 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구로동으로 이전해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떠오르고, 조성된 지 45년이 넘은 구로디지털단지는 입주 기업 1만개를 돌파하면서 풍수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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