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사 고제희 씨, "풍수 컨설팅시대…사옥·공장터·사무실 인테리어도 봐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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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장님은 일본 출장 중이십니다. "
인터뷰를 하자고 전화했을 때 고제희 풍수지리사(50)는 마침 일주일 일정으로 해외 출장 중이었다. 풍수지리사가 해외출장이라니….의문은 곧 풀렸다. 국내 대기업인 A전자회사가 해외 본부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고씨에게 자문을 구했다. 일본 도쿄에 3곳,미국 뉴저지주에 6곳을 일본 본부와 미국 본부의 후보지로 정한 그 기업은 최종 낙점 과정에서 "가장 좋은 곳을 찍어달라"며 그를 불렀다. 최첨단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과 풍수지리학은 그렇게 해외에서 만났다.
이처럼 풍수지리는 단순히 묏자리나 집터만이 아니라 사옥과 사업장의 입지 결정 등 경제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미신으로 치부되던 풍수지리학은 체계화되고 풍수지리사의 활동 영역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잘나가던 대기업을 그만둔 뒤 풍수지리사로 '인생 이모작'에 성공한 고씨를 만나봤다.
▼대기업 직원으로 일하다 풍수를 시작했다면서요.
"삼성테크윈에서 9년가량 재무를 담당하다 호암미술관으로 옮겨 미술품을 관리했죠.1998년 외환위기 때 직장을 그만두게 됐는데 그동안 틈틈이 공부했던 풍수지식을 활용해 전업 풍수지리사로 일하게 됐어요. "
▼회사를 다니면서 풍수를 공부한 이유가 뭐죠.
"1990년대 삼성은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에 퇴근하는 '7 · 4제'를 시행했는데 일찍 퇴근해서 남는 시간에 유명한 역사 인물의 묘를 찾아다니기 시작했어요. 매주 다니다 보니 450여 기의 묘를 보게 됐는데 묘가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알려면 풍수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조금씩 공부한 것이 나중엔 직업으로 삼을 만큼 축적됐죠."
▼인생 이모작에 성공한 셈이네요.
"홈페이지를 만들고 책을 쓰는 등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알린 게 풍수지리사로 자리잡게 된 비결입니다. 2003년 8월엔 대통령실 자문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죠.당시 노무현 정부에서 수도 이전을 위해 충청도 일대의 부지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전체 100점 중 2점이 배정된 '풍수적 입지'를 평가해 줬습니다. "
▼행정복합도시 논란이 뜨거운 충남 연기군의 풍수는 어떻습니까.
"솔직히 말해 좋지 않은 점수를 줬습니다. 주산인 전월산이 금강과 너무 가까워 정기를 받기가 힘들어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요건을 일부 갖추긴 했지만 신도시 터 북쪽을 산이 병풍처럼 에워싸지 못해 수도가 옮겨갈 정도의 명당은 아니라고 봤어요. 인근의 미호천이 외부에서 발원해 금강에 합류하다 보니 생기가 모이지 않고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점도 문제고요. 당시 후보지 중에는 천안과 논산 지역의 입지가 그나마 괜찮았어요. 하지만 풍수상으로 서울보다 나은 곳은 없었죠."
▼서울의 풍수가 그렇게 좋은가요.
"서울은 워낙 커서 뭉뚱그려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는 힘듭니다. 강남과 강북은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지만 풍수상으로는 '촌수'가 아주 멀어요. 산을 타고 내려오는 정기가 강에서 끊어지기 때문에 각각 다른 정기를 받고 있어요. 강북으로는 백두대간의 지맥이 북한산 등지로 바로 이어지는 반면 한강 이남은 속리산까지 내려갔다 한참을 둘러서 오거든요. "
▼강북보다는 강남의 풍수가 좋습니까.
"재복으로는 그래요. 강남 지역은 한강을 접하고 있는 데다 남산처럼 중간을 가로막는 산도 없으니 재물이 많은 터예요. 하지만 관운은 강북이 더 낫습니다. 한강 너머로 바라보이는 관악산의 관(冠)이 '갓 관'이듯 관운이 높은 터입니다. 출세를 통해 귀인이 되기에는 강북이 더 나은 입지라고 볼 수 있죠.다만 청계천의 수량이 풍부하지 않아 재물은 부족한 곳입니다. "
▼서울에서 특별히 재물복이 많은 터는 어딘가요.
"강물이 땅으로 파여서 들어오는 곳보다는 둥글게 감싸고 흘러가는 곳에 재운이 많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자양동,구의동,압구정동,청담동,동부이촌동 등이 그런 곳입니다. "
▼기업 컨설팅 의뢰가 많습니까.
"다섯 곳 정도의 대기업은 거의 전담해서 해주고 있습니다. 오너 가족들의 묏자리는 물론 사옥과 사업장터,최고경영자 집무실의 물건 위치까지 풍수지리학적으로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해줍니다. 또 기업이 어려워지면 '선대 회장의 묏자리가 잘못된 것 아니냐''집무실을 어떻게 리모델링하면 운이 나아지겠냐'는 등의 문의도 들어와요. "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을 때에도 풍수 컨설팅을 합니까.
"마케팅 목적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풍수적으로 어떤 면에서 입지가 좋다고 설명하면 고객들이 좋아하니까요. 하지만 같은 입지라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운이 달라요. 집이 바라보는 방향이나 바람의 흐름에 따라 같은 단지라도 동마다 받는 기운이 달라지는데 이런 점이 설계에 반영된 '풍수 아파트'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
▼일상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생활풍수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부부가 쓰는 침대의 위치를 바꿔보세요. 잠자리에 따라 건강도 영향을 받으니까요. 풍수지리사의 조언을 구하기가 힘들다면 열흘 정도의 간격을 두고 침대 위치를 서너 곳 바꿔가며 판단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평가표를 만들어 매일 아침 몸 상태를 체크하다 보면 가장 좋은 잠자리가 나와요. 자녀가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 때에도 같은 방법으로 책상 위치를 바꿔볼 수도 있죠.사람의 가슴 높이 위로 올라오는 화초류는 키우지 마세요. 큰 화초류는 집안의 기를 쇠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가난할 곤(困)'자는 집 안의 나무가 담장 밖으로 나온 걸 상형한 것인데 이 같은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
▼화장을 하면 좋지 않습니까. 공원묘지에 묘를 쓰면 다 똑같은 기운을 받습니까.
"사실 인구는 많고 땅은 부족하므로 좋은 곳보다는 나쁜 곳에 묻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좋은 곳에 묻을 수 있는데 화장을 했다면 좋은 운을 받지 못하게 됐으니 좋지 않지만 나쁜 곳에 묻을 사람을 화장했다면 오히려 '플러스'가 되는 셈이죠.그런 면에서 저는 화장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같은 공원묘지에 묻혀도 모두 똑같은 기운을 받지는 않습니다. 땅은 한 치만 벗어나도 기운이 다르거든요. 다만 대규모 묘지는 대부분 산을 평탄하게 고른 뒤 조성하다 보니 지기가 약해지는 게 단점이죠."
▼현대의 도로와 빌딩을 산과 강 등의 개념으로 볼 수 있나요.
"큰 도로와 철도 등은 풍수에서 큰 강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물류가 이뤄지는 통로니까요. 그런 점에서 용산과 서울역 일대는 대규모 철도시설이 들어서면서 풍수가 좋아진 것으로 볼 수 있죠.전통 풍수에서 물보다 낮은 땅은 거주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하는데 같은 맥락에서 고가도로 밑에 있는 집은 좋지 않습니다. "
▼용산국제업무단지와 제2롯데월드 등 초고층빌딩은 풍수적으로 어떻습니까.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고려시대에 풍수를 연구하고 입지를 정하던 기관인 '산천비보도감'에서 분석하기를 '우리나라는 양의 기운이 강한데 똑같은 양을 상징하는 건물을 높이 지으면 국운에 좋지 않다'고 했어요. 그래서 고려 땐 집을 높게 올리는 걸 국법으로 금지한 적도 있었죠.이런 관점에서 볼 때 초고층 빌딩이 잇달아 들어서는 건 국가적으로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봅니다. "
▼풍수지리사로서 포부는 무엇입니까.
"제자들을 잘 가르쳐서 로펌과 같은 풍수법인을 만들고 싶어요. 집안 인테리어부터 상가나 사업장 터 등 풍수 컨설팅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거기에 맞춰 조직을 체계화하고 싶어요. "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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