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우리 동네 옛이야기] [9] 경기 과천에 속했던 상습 침수지대
-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서초구 반포동(盤浦洞)
'뒤늦게 시중에 아파트 바람이 부는 것 같다. 작년부터 주택공사가 분양 또는 전세로 내놓은 반포동 아파트 510가구분이 15일로 완전히 다 나갔다.' 최근 기사라 해도 믿을 듯한 이 글이 신문에 실린 건 1973년 3월이었다. 1970년대 초 한강변 매립지에 미국 차관을 보태 아파트 단지를 지은 이래, 서초구 반포동(盤浦洞)은 늘 '아파트 바람'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조선시대 말까지 반포는 경기도 과천군에 속한 상습 침수지대였다. 마을을 흐르는 개울이 서리서리 굽이쳐서 '서릿개'라 불렸다. 프랑스인들이 모여 살아 유명해진 '서래마을'도 '서릿개마을'이란 뜻이었다. '서릴 반(蟠)' 자를 빌려 서릿개·서래를 한자로 옮기다가 반포(蟠浦), 반포(盤浦)란 지명으로 자리잡았다.
1960년대까지 신반포로 서쪽 대부분이 한강 물에 잠겨 있었을 정도라, 반포 일대엔 사람 살 만한 곳이 많지 않았다. 제일 먼저 마을이 생긴 곳은 지금의 조달청 부근으로, 수백년 전부터 '마뉘꿀'이란 마을이 있었다. 산봉우리가 매화꽃잎처럼 솟은 데 생긴 마을이라 마뉘꿀이라 불렸는데, 한자로 매곡동(梅谷洞)이라고도 했다.
지금의 서울성모병원에서 대법원으로 넘어가는 반포로 언덕도 본래는 '마뉘꿀고개'라 불렸다. 서초구가 반포로 탓에 나뉜 길 양쪽 녹지를 연결하려고 가칭 '아트 육교'를 놓는다는데, 고운 우리말로 '마뉘꿀 다리'라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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