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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본동이야기]/송파 이런저런소식

[포커스] UN 공인 ‘살기 좋은 도시’ 선정, 서울 송파구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09. 11. 12.
[포커스] UN 공인 ‘살기 좋은 도시’ 선정, 서울 송파구
세계 250개 도시 제친 무명의 반란… 콘크리트 위에 일군 ‘녹색 기적’
‘송파 워터웨이’ 등 찬사… 다음 목표는 2011년 대회 유치
호주 골드코스트 등 세계적 관광지 꺾은 최대 이변 평가
하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는 “속치마까지 이중삼중으로 껴입는 한복을 입고 행사장을 누비느라 발바닥부터 땀이 줄줄 흘렀다”며 “한복의 긴 치마가 의자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을 뻔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체코에서의 일주일 동안 김 구청장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비행기 기내에서 이틀밤을 보내는 7박9일의 일정으로 체코로 날아갔지만 도착한 첫날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던지 속에 탈이 난 것이다. 그래도 그는 불편한 속을 무릅쓰고 강행군을 하기로 결정했다. 체코 도착 첫날부터 대회 주최 측 관계자들을 접견하는 등 연일 심사위원들과 전세계를 상대로 ‘송파구 알리기’에 주력했다고 한다.


‘국제무대서도 통할 수 있다’

“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결국 속에 탈이 났습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같이 고생했던 구청 직원들을 격려하고 집에 돌아와서 그날 밤 화장실에 가서 구토를 심하게 했습니다.” 김 구청장은 “지금까지도 매 끼니 흰죽이나 누룽지를 조금씩 떠먹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김 구청장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적지않은 성과가 있었다고 자부한다. 그가 말하는 가장 큰 성과는 “구청 직원들이 국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길렀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 구청 직원들이 ‘세계와 부딪혀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국제회의를 준비하고 직접 참가하면서 보고 배운 것이 적지않았다고 자부합니다. 과거 ‘국제회의’하면 지레 겁을 먹던 직원들도 이제는 국제회의에 서로 참가하겠다고 아우성입니다. 심지어 젊은 직원들 가운데는 여름휴가 동안 해외연수나 배낭여행을 가느니 차라리 국제회의에 참가해서 직접 보고 배우고 오겠다는 직원들도 생겼습니다.”

▲ 송파구 항공사진 / photo 조선일보 DB
대개 시상식 1년 전부터 대회를 준비한 다른 도시들과 달리 송파구는 지난 5월 참가신청을 낸 후 속도전으로 대회를 준비했다. 더군다나 국내 230개 지자체 가운데 ‘리브컴 어워드’에 참가했거나 수상경험을 가지고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때문에 말도 잘 안 통하는 외국 도시들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관련 정보를 물어보고 인터넷을 뒤지느라 상당한 애를 먹었다고 한다. 당시 대회를 준비했다는 한 구청 직원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였다고 말했다.


국내 230개 지자체 중 최초 수상

송파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번 대회 수상으로 다른 구청에서는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송파구를 제외한 전국 230개 지자체 가운데 유엔환경계획이 공인하는 ‘살기좋은 도시’ 상이란 것을 파악하고 미리 준비했던 지자체는 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하나로 송파구와 미묘한 경쟁관계에 있는 모 구청 담당공무원은 구청장으로부터 혼쭐이 났다고 한다. 강남·서초·송파는 대표적 부자동네로 주민들뿐 아니라 구청 간에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한 구청의 담당공무원은 송파구에 직접 전화를 걸어 대회 참가와 준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세세히 물어보았다고 한다.

김영순 구청장은 “이번 일은 송파구만의 자랑이 아닌 서울의 자랑, 대한민국의 자랑”이라며 “실제 송파구뿐만 아니라 강남구의 한 노인정으로부터도 ‘구(區)를 넘어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려줘 고맙다’란 내용의 축전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력이 있는 다른 구나 도시들은 다음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파구는 주거나 환경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지만 강남구 같은 경우는 정보통신과 기업유치 분야에서 강점을 보입니다. 만약 강남구가 정보통신 분야를 특화한다면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죠.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상을 받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 지자체별로 자신의 강점을 살려 선의의 경쟁을 벌여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국 도시들의 무서운 약진

김영순 구청장이 걱정하는 것은 국내 지자체들과의 경쟁이 아닌 외국 도시들과의 경쟁이다. 특히 김 구청장은 “이번 시상식에서 중국 도시들의 약진이 무서웠다”며 “우습게 봐선 절대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남부의 작은 도시 ‘스룽(石龍·광둥성 둥관(東莞)시 산하 행정구역)’은 송파구와 함께 ‘카테고리 D’ 분야에서 공동으로 ‘살기 좋은 도시 상’을 수상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 송파 워터웨이
“중국 도시들의 성장세는 무섭습니다. 하나하나 개선하고 정비해 나가는 선진국 도시들과는 달리 중국은 토지소유권 자체가 국가에 있어 도시 전체를 통째로 개조합니다. 4~5년 만에 새로운 도시 하나를 뚝딱 만들어내는데 개조가 끝난 도시는 마치 유럽의 도시들을 방불케 합니다. 게다가 중국 도시들은 시상식에서도 ‘인해(人海)전술’로 승부를 벌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각 도시마다 4~5명의 인원을 대회에 파견하는 데 반해 중국에서는 10명 이상의 공무원들을 보낸 것처럼 보였습니다. 10여명이 화려한 전통의상을 맞춰입고 나와 도시를 홍보하니 자연히 눈에 띌 수밖에 없죠. 중국 도시들은 앞으로도 더욱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를 끝마치며 김영순 구청장은 “아직 한 가지 남은 일이 있다”고 말했다. 오는 2011년 ‘리브컴 어워드’를 송파구에서 개최하는 것이 남은 목표라는 것이다. 2009년 체코 필센에 이어 2010년 대회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기로 이미 정해진 상태지만 2011년 대회 개최지는 아직 미정이다. 최근 국제대회나 기업회의 유치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서울시나 중앙 정부에서도 ‘리브컴 어워드’ 대회 유치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번 대회도 당초 수상이 아닌 참여와 다음 대회 유치에 많은 의의를 뒀습니다. 첫날 체코에 도착하자마자 대회 주최측 관계자들을 만나 오는 2011년 대회를 송파구에서 유치하고 싶다는 의사를 구두와 서면으로 밝혔습니다. 유치신청 최종결과는 아마 내년 상반기쯤에나 받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전세계 70개국 250여개 도시들이 참가하는 국제대회인 만큼 이번 대회를 유치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는 것은 물론 국가 지명도를 끌어올리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거라 확신합니다.”


? 리브컴 어워드(LivCom Awards)

비영리 국제공인기구인 ILC(International Liveable Communities) 주관으로 지난 1997년부터 매년 한 차례 지구환경보호에 기여한 도시를 대상으로 주는 상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인하는 11개 상 가운데 하나로 ‘도시환경 분야의 오스카상(賞)’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ILC에서는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도시들을 개최도시에 불러모아 최종 프레젠테이션 후 수상자를 선발하고 있다. 매년 전세계적으로 250여개 도시가 ‘리브컴 어워드’를 받기 위해 응모하고, 최종적으로 70여개 도시들이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230개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출전한 송파구(인구 68만명)는 인구 20만~75만명의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카테고리 D’ 부문 경쟁에 참여해 호주의 골드코스트와 로간 등을 제치고 ‘살기좋은 도시상’을 수상했다. 역대 수상도시로는 뉴질랜드 뉴플리머스(2008년), 스웨덴 말모(2007년), 중국 둥관(2006년), 영국 코벤트리(2005년), 독일 뮌스터(2004년) 등이 있다.


/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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