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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본동이야기]/송파 이런저런소식

[포커스] UN 공인 ‘살기 좋은 도시’ 선정, 서울 송파구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09. 11. 12.
[포커스] UN 공인 ‘살기 좋은 도시’ 선정, 서울 송파구
 
세계 250개 도시 제친 무명의 반란… 콘크리트 위에 일군 ‘녹색 기적’
‘송파 워터웨이’ 등 찬사… 다음 목표는 2011년 대회 유치
호주 골드코스트 등 세계적 관광지 꺾은 최대 이변 평가
▲ photo 이경호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김영순 구청장
1949년 충북 음성 출생
이화여대 정외과 졸업
한양대 정치학 석ㆍ박사
김영삼 정부 정무 2차관
현) 서울 송파구청장

지난 10월 13일 새벽 4시30분 서울 잠실 송파구청. 서울에서 8200여㎞ 떨어진 체코의 작은 도시 필센(Pilsen·인구 16만명)으로부터 급보가 날아들었다. 체코 현지시각으로 저녁 9시30분, 송파구가 호주 골드코스트 등을 제치고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인하는 ‘리브컴 어워드’ 수상 도시로 공식 선정된 것이다.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체코로부터의 전화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송파구청 유용기 공보과장은 “송파구가 수상했다”는 국제전화를 받자마자 ‘와’하는 환호성과 함께 두손을 치켜들었다. 전국 230개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리브컴 어워드’를 수상하는 순간이었다. 송파구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송파구가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인하는 안전도시·건강도시로 선정된 데 이어 겹경사를 맞았다”며 “서울 25명 구청장 가운데 유일한 홍일점(紅一點)인 김영순 구청장이 남자 구청장들이 못해낸 일을 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 역발상 전략


지난 10월 23일 저녁 늦은 시각 서울 잠실 송파구청 인근에서 만난 김영순(金榮順·60) 구청장은 수상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듯했다. 평소 거침없는 성격으로 ‘여장부’ ‘똑순이’란 별명을 가진 그는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2000년 전 고대국가 백제의 땅으로 서울의 역사가 시작된 송파구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됐다”며 “이는 송파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제사회에서 무명에 가까운 `송파구가 상을 수상한 것 자체가 이번 대회 최대 이변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세계적 관광지로 유명한 호주의 골드코스트(Gold Coast)와 로간(Logan)을 제치고 이룬 성과이기에 “다윗이 골리앗을 꺾었다”는 비유도 나온다. 대회 전 과정을 진두지휘한 김영순 구청장은 이변의 비결을 ‘역발상 전략’에서 찾는다.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경쟁 도시들이 아기자기한 자연환경을 보여줄 때 저희는 1970년대 황무지에 불과했던 송파구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후 1980년대 회색빛 콘크리트의 거대도시가 아시안게임(1986년), 서울올림픽(1988년)을 거치며 석촌호수, 올림픽공원 등이 들어선 녹색도시로 변해가는 과정을 심사위원들에게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도시들의 천편일률적인 브리핑에 심드렁하던 심사위원들도 송파구의 변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더군요.”

▲ 리브컴 어워드 전야제에 참석한 김영순 구청장(왼쪽 두 번째).
김 구청장은 “거대도시 속 주민들도 환경과 공존하고 조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승부수를 삼았다”며 “특히 심혈을 기울여 설명한 ‘송파 워터웨이 프로젝트’가 심사위원들과 경쟁도시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워터웨이 프로젝트는 송파구 가운데에 있는 석촌호수를 중심으로 송파구를 둘러싼 4면을 물길로 둘러싸는 계획입니다. 현재까지 한강과 탄천, 성내천을 포함해 약 22㎞가 완성된 상태로 오는 2012년까지 모두 27㎞를 완성할 계획입니다. 복개된 장지천 일부 구간을 다시 살려내 송파구를 둘러싼 물길(워터웨이)이 완성되면 주민들은 물길을 따라 걸으며 송파구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게 되죠.”


풍납토성 등 역사적 기반도 한몫


이번 대회에서 심사위원들은 ‘송파 워터웨이’의 동쪽변을 이루는 성내천을 자연하천으로 복원해내는 과정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한강지류인 성내천은 청계천(2003년 7월)보다 반 년가량 앞선 지난 2002년 12월 복원에 들어가 2005년 6월 정비를 완료하고 자연하천으로 다시 태어났다. 송파구는 성내천 복원 때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하천변 나무에 기증자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를 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나무 그루그루마다 자신과 가족들의 이름이 붙자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나무를 가꾸고 하천 주변환경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고 한다.

‘워터웨이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물과의 애증(愛憎)으로 점철된 송파구의 역사성을 호소력 있게 설명한 것도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실제 송파구는 일제강점기 때인 지난 1925년 역사상 가장 큰 홍수 중 하나인 ‘을축년 대홍수’로 도시 전체가 거의 쓸려가다시피했다. 하지만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자리에서 우연히 고대 한성백제의 왕성(王城)인 풍납토성을 발견했고, 풍납토성은 1963년 국가지정 사적문화재로 지정되는 등 현재 송파구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구청장은 “송파구에서 출토된 고대 백제의 유물만 모두 9418점에 달한다”며 “송파구의 이러한 역사성을 강조한 것도 도시의 문화와 역사를 각별하게 중시하는 유럽 사람들에게 호소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전마마’ 의상으로 시선 한눈에

이번 수상에는 김영순 구청장이 체코 현지로 직접 들고간 한복(韓服) 2벌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한다. 김 구청장은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TV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중전마마 스타일’의 ‘당의(唐衣)’와 ‘궁중 가채머리’까지 체코로 직접 공수해갔다. 그리고 대회 첫날 전야제와 시상식날 전통한복을 차려 입고 금비녀로 쪽진 머리와 가채머리 등 현란한 헤어스타일을 선보였다. 시상식날 전통의상을 착용하는 것은 대회의 ‘드레스 코드(의복규정)’이기도 했다.

▲ 김 구청장의 화려한 한복도 눈길을 끌었다.
“과거 수십 차례 국제대회에 참가하면서 우리 고유 전통의상인 한복이 갖는 매력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등이 깊게 파인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오는 자리에 제가 한복을 입고 참석하자 참가자들 모두 저와 송파구를 기억하게 되더군요. 심지어 일부 남성 참가자들은 한복을 입은 제게 다가와 유럽식으로 무릎을 꿇고 손에 입을 맞추고 볼을 비비기도 했습니다.(웃음) 이후 ‘송파구’에 대해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도 ‘메이어 김(Mayor Kim·구청장 김영순)’하면 다 알아보더군요. 시상식 때는 다른 도시 시장들이 ‘송파구’ ‘메이어 김’이라고 외치며 저희를 응원해 주기도 했습니다.”
 
주간조선 [2079호] 200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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