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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육군,공군위문편지

TO : 내가 좋아하는 재승아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09. 10. 23.

TO : 내가 좋아하는 재승아

 

우렁차게 큰소리 지르며 네가 태어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어엿한 나라의 군인이 되어 파란 군복을 입은 모습에 가슴 부듯하구나.

이제야 얘긴데 한 번도 떨어져서 살아 보지 않던 네가 어느 날 갑자기 군에 간다며 신청을 하고 왔다 하기에

엄마는 말은 안 했지만 마음이 좀 그랬단다.

물론 너의 마음도 부담은 됐으리라 짐작을 하지만 표현을 안 하고 언제 가도 갈 건데 빨리 다녀와야지하면서

어른스럽게 말하는 너를 보고, 속 좁은 내가 욕심이었나 오히려 어색했단다.

 

사랑하는 아들 재승아 !

처음 입대할 때 겁도 나고 두렵기도 하고 그랬지?

어떻게 보면 남자들은 세상살이에 첫발을 이렇게 내딛기 시작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남자들이 군에 가면 뭐든지 만능이 되어야 한다고 하더라

정말 그런지 엄마는 군에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사정이 어떤지 잘 모르지만

어떠니? 내가 보기엔 너는 군에서 뭐든지 잘할 것 같은데 내 생각인가?

성격 좋고 체격 좋고 바르고 정당해야 하고 내가 생각하는 우리 아들인데 아닌가?

바른 생활 잘하는 청년이라고 믿고 있는데 그것은 엄마만의 생각인가? ㅎㅎㅎ

재승아!

아직도 9개월여 남짓 남은 군 생활이네

너는 지겹겠지만 지금쯤이면 그래도 제법 군 생활에 물들어서 자세가 나오는 것 아니니?

최 상병님 하면서 아래 기수들이 너를 받들고 할 때면 너의 초년병 시절은 아마득한 옛날얘기 아니니?

남은 군대 생활이 멀었다고 하지만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금방이란다.

 

올가을 단풍도 내년에는 군에서 볼 수 없을 테니까

아~ 다시는 못 본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근무를 하면 모든 사물이 아름답고 예쁘게 보일 거야

지금부터는 하루하루를 작별이라 생각하며 근무를 하면 하루가 소중하고 아쉽게 느껴질 것 같구나

누구든지 이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상대를 대하면 감사하고 행복한 거란다.

우리 아들은 내가 말 안 해도 더 잘하고 있을 텐데 엄마의 잔소리인가 ㅎㅎㅎ 괜히 노파심에서 그런거지 뭐~

 

사랑하는 아들아 정말 내가 좋아하는 내 새끼 재승아~!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찡~해오는구나. 

이제는 나도 어쩔 수 없는 그 옛날의 우리 엄마 모습을 닮아 가는 것 같구나 

그것이 사람 살아가는 냄새이고 너와 나의 천륜이 아니겠니?

 

용감하고 씩씩한 공군 최 상병 날씨가 점점 추워져 가는데 몸조심하고

새벽에 근무 나갈 때 옷 두툼하게 잘 걸치고 나가게나

감기 걸리면 군인이 체면이 말이 아니니까 말일세.

이제 올겨울만 무사히 넘기면 내년 겨울은 그곳에서 보낼 일 없을 테니까

맡은 바 일을 "소중하게" "충실하게" "성실하게" 소임을 잘하리라 믿고 있다

건강에 유의해 주기 바라며 제대하는 날까지 무탈하길 엄마 아빠는 빈다.

 

**20091022** 너를 좋아하는 엄마 조성인

 

공군 충주헌병대대 최재승 상병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