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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본동이야기]/송파 이런저런소식

잠실 재건축단지, 발코니 등 공사 중 “소음·쓰레기 너무 고통”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08. 10. 6.

잠실 재건축단지, 발코니 등 공사 중 “소음·쓰레기 너무 고통”
입력: 2008년 10월 05일 15:13:03
 
서울지역 최대 재건축 단지인 잠실 재건축 아파트 입주민들이 각종 공사로 인한 쓰레기와 소음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입주가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발코니 확장공사 등이 계속돼 단지 일대가 ‘공사판’이나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데다 상가도 들어서지 않아 음료수 한 병을 사더라도 옆동네 상가를 찾아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5일 서울 송파구 잠실2단지 한복판에 이삿짐 쓰레기가 방치돼 있는 가운데 이삿짐 차량과 발코니 공사용 차량이 주차해 있다. <강윤중기자>
◇쓰레기·소음 심각=5일 찾은 잠실 2단지 재건축 아파트는 2000여 가구가 지난 8월부터 입주한 상태지만 단지 안은 공사 현장처럼 어수선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매케한 흙먼지가 날리고, 하루 종일 공사로 인한 소음이 계속됐다. 인도는 각종 공사 차량들과 건축 자재들이 점령해 맘 놓고 걸어다니기도 힘들었다. 인도·화단·휴식공간에는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2단지가 각종 쓰레기로 뒤덮이게 된 것은 대부분의 가구가 입주 직후 한꺼번에 발코니 확장 공사를 해 건축 폐기물과 이사 쓰레기 등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청소차량이 계속해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재건축조합 내부에서 발코니 형태와 비용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시공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입주 후 한꺼번에 발코니 공사가 벌어지게 돼 이 같은 현상이 빚어졌다”고 설명했다.

발코니 공사로 인한 소음도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한 주민은 “이사온 지 며칠 안됐는데도 공사 소음 때문에 골치가 아프고, 먼지 때문에 목도 부었다”며 “아직 입주 안 한 사람들에게는 최대한 입주를 늦출 것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창틀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단지 내에 비닐을 쳐놓고 생활하고 있다. LG화학, 한화L&C, KCC 등 시공업체들은 “창틀과 창문 등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공사가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비닐집과 여관방을 전전하고 있는 주민들은 “피해 보상 소송을 걸겠다”며 화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인근 잠실시영단지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한 주민은 “아이들이 등·하교를 하기가 무섭다고 한다”며 “길이 혼잡한 데다 여기저기 공사 장비에 유리파편, 각목이 널브러져 있어 안전사고가 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빈 상가에 흉물스러운 공터까지=잠실2단지 바로 앞에는 신천역과 연결된 5층짜리 상가가 지어졌지만, ‘출입금지’라는 안내문만 붙은 채 문이 닫혀 있었다. 아파트재건축조합과 상가재건축조합이 분양 수입금과 건축비 등을 놓고 소송을 벌이는 바람에 상가 영업을 못하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물건 하나를 사려면 큰 길을 건너 5단지 상가까지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너무 불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잠실1단지 한 복판에는 5860㎡에 달하는 흉물스러운 공터까지 자리잡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생 수 예측을 잘못하는 바람에 학교부지 매입을 취소한 탓이다. 시교육청은 이 부지에 고등학교를 새로 세울 계획이었지만, 학생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부지 매입을 취소했다. 시 교육청은 2011년까지 민간투자사업(BTL)방식으로 고등학교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사업자가 나서지 않아 앞으로도 공터로 방치될 전망이다.

◇재건축·재개발에 공공의 역할 키워야=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재건축·재개발을 주민조합이 추진하다 보니 재건축·재개발조합 내부나 외부와의 갈등이 생겼을 때 조정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러다 보니 구청 등 조정을 맡아야 할 공공기관들은 “재건축·재개발은 주민들끼리 알아서 추진하는 사업”이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 안진걸 간사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재건축·재개발사업의 허가를 내주고 나면 주민들 사이에 문제가 발생해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며 “사업 진행상황을 공공기관이 사전에 예측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기범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