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물
불상의 손에 쥐어져 있는 물건을 말한다. 수인에 상대되는 말로 계인(契印)이라고 도 한 다. 불, 보살의 본원(本願)과 성격을 상징하는 것으로 지물(持物)에 의해서 불상의 이름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여래상 중에서는 약사불이 약합(藥盒)을 들고 있는 것 외에는 거의 볼 수 없으나 보통 관음보살은 정병이나 연꽃, 지장보살은 석장, 범천은 불자, 제석천은 금강저, 다 문천은 보탑(寶塔) 등을 들고 있다. 이 밖에도 법구(法具), 무기, 보주, 악기, 경책, 염주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① 보주(寶珠)
모든 소원을 이루어 줄 수 있는 구슬. 여의주(如意珠) 또는 여의보주(如意寶珠)라고도 한다. 지도론(智度論) 제 59에 의하면 원래 용왕의 뇌 속에서 나온 것으로 사람이 이 구슬을 가지고 있으면 독이 해칠 수 없고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는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중생을 정신 적인 번뇌와 세속적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공덕과 신통력을 가진 상징체로서 신앙되었다. 그러나 점차 불, 보살상의 지물로 표현되었으며 보관(寶冠)이나 광배, 천개(天蓋), 사리용기 등 여러 부분에 장식적으로 사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불상 가운데 특히 우견편단( 右肩偏袒)의 약사불입상이나 백제 보살상의 지물로서 많이 나타난다.
② 불자(拂子)
승려가 수행할 때 마음의 티끌이나 번뇌를 털어내는 데에 사용하는 불구(佛具)의 하나이다. 불 (拂), 불진(拂塵)이라고도 한다. 원래는 먼지나 모기, 파리 등을 쫓아내는 데 사용하였던 생활 용구였으나 불교에서는 더럽고 나쁜 것을 털어버리는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 형태는 마(麻)나 짐승의 털 같은 것을 묶고 손잡이를 붙여서 만든 도구인데 특히 털의 색깔이 흰 불자 (白拂)를 귀중하게 여겼다. 주로 선종(禪宗)에서 주지(住持)가 설법할 때 위엄의 상징으로써 많이 사용되었으며 불교 조각에서는 제석천(帝釋天)이나 천수관음보살상(千手觀音菩薩像)의 지 물의 하나로 나타난다.
③ 금강저(金剛杵)
불교의식에 사용하는 불구의 하나로 금강지저(金剛智杵), 견혜저(堅慧杵)라고도 한다. 원래는 제석(帝釋)의 전광(電光:번개)에 붙였던 이름이었으나 점차 여러 신이나 역사(力士)가 지니는 무기를 가르키게 되었다. 금강저는 불교로 수용되면서 그 단단함 때문에 모든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었으며 밀교에서는 금강령과 한 짝이 되어 마음의 번뇌를 없애주는 상 징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형태는 손잡이 양쪽 끝에 뾰족한 창과 같은 것이 붙어 있으며 창(杵)의 수에 따라 독고저, 3고 저, 5고저, 9고저로 나누어진다. 또한 형태가 특이한 탑저(塔杵), 보주저(寶珠杵), 9두용저(九頭 龍杵)도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며 현존하는 유물로는 3고저와 5고저가 가장 많이 남아 있다. 그 외에도 악마를 항복시켜 사악한 것을 몰아낸다는 벽사의 의미에서 만다라(曼茶 羅)나 사경화(寫經畵) 등의 불화의 테두리에 금강저문이 장식되었을 뿐 아니라 일반 금속이나 목공 예품에도 널리 사용되었다.
④ 정병(淨甁)
깨끗한 물이나 감로수(甘露水)를 담는 병을 말한다. 법화경 권 하에 의하면 원래는 승려가 반드시 지녀야 할 18물 중의 하나였던 것이 점차 불전(佛前)에 바치는 깨끗한 물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정병은 부처님 앞에 바치는 공양구의 하나일 뿐 아니라 관음보살이 가지는 지물로서의 역할도 함께 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 정병은 가늘고 긴 목에 테두리가 둘러져 있고 넓은 어깨 부분에는 뚜껑이 있는 주둥이가 나와있는 독특한 형태라고 자세히 설명되 어 있다. 주로 청동이나 점토로 만들어지나 금, 은을 사용하기도 한다. 고려시대에는 불교의 융성 과 함께 특히 많이 제작되었다.
⑤ 경책(警策)
승려가 좌선할 때 졸음이나 잡념을 쫓기 위하여 사용하는 넓적한 막대기이다. 길이는 약 127cm, 폭은 약 6cm 정도 되는 크기로 주로 나무로 만들어지며 죽비 대신에 사용하기도 한다. 보통 스님의 지물로 초상화에 많이 표현되어 있으며 석굴암 보현보살상에서도 볼 수 있다. 지금도 사찰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유물로서 오래된 예는 없다.
⑥ 염주(念珠)
불, 보살상에게 예배할 때 손목에 걸거나 손으로 돌리면서 염불하는 수를 세는데 사용하는 불구의 하나로 수주(數珠), 송주(誦珠), 주주(呪珠)라고도 한다. 예배도구로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지 만 비구 18물 중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아 초기 불교도들은 사용하지 않다가 대승불교의 흥기와 함 께 염불이 유행하면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목환자경에 따르면 108염주를 항상 지니 고 다니면서 불(佛), 법(法), 승(僧)의 이름을 외울 때마다 구슬을 하나씩 넘기면 마음의 번뇌와 업보가 없어져 안락함을 얻는다고 한다. 염주의 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1080, 108, 54, 27개의 4종류와 108, 54, 42, 21개의 4종류 등이 있다. 그 중에서 108개는 백팔번뇌를 끊고 백팔삼매를 얻는 것을 상징한다. 보통 금, 은, 적동(赤銅), 수정으로 만들어지나 보리수 열매, 연꽃 열매, 다라수 열매, 나무, 유리 등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⑦ 석장(錫杖)
스님이 필수적으로 지녀야 하는 지팡이로 비구가 항상 지녀야 하는 18가지 도구 중의 하나이다. 유성장(有聲杖), 성장(聲杖), 지장(智杖), 덕장(德杖)이라고도 한다.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인도에서는 산이나 들에 다닐 때 뱀, 독충을 쫓기 위해서 이것을 울리면서 걸었다고 하지만 법회와 걸식할 때에도 사용하였다. 불교 조각에서는 지장보살(地藏菩薩)의 지물로 알려져 있으나 천수천안관음보살(千手千眼觀音菩薩)의 지물의 하나로 표현되기도 한다.
형태는 손잡이 끝에 탑 모양의 둥근 고리가 붙어 있고 여기에 조그만 쇠고리가 여러 개 달려 있는 데 이 쇠고리의 수에 따라 4환장(四環杖), 6환장(六環杖), 12환장(十二環杖) 등으로 부른다. 둥근 고리의 중심에는 보주(寶珠)나 용, 오륜탑(五輪塔), 삼존불 등을 장식한 예도 있다. 보통 석장의 머리부분은 동(銅)으로 만들어져 있고 그 아래 받침대는 나무 또는 철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서 대표적인 예로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고려시대의 금동석장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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