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최규학
일하는 개미를 일부러 밟아 죽이고
기도하는 파리를 재미 삼아 때려잡는 것이
슬픔이어야지 기쁨이면 안 된다.
어머니 상여 뒤를 따라가는 어린 자식의 통곡 소리가
슬픔이어야지 기쁨이면 안 된다.
아직은 창창한 남편이 죽었는데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수다를 떠는 부인
백두옹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호상이라며
즐거워하는 자식들
슬픈 일을 당하여 슬퍼하지 않는 세상이 슬프다.
슬픈 일을 당하여 눈물에 뜬 무지개를 보는 것이
기쁨인 세상이 슬프다.
[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