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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청설모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22. 9. 26.


청설모

최규학

나는 비루한 쥐새끼가 아니다.
푸른 도포를 입은 청서이다
나는 얼뜨기 인공지능이 아니다.
버전 5.0의 자연 지능이다.
몸통만 한 꼬리에 빛나는 꼬리털
눈부시다
청서모 아니 청설모
나는 유해 동물이 아니다.
숲속의 성자이다.
곧추선 나무줄기를 평지처럼 오르내리고
늘어진 나뭇가지를 바람처럼 건너다닌다.
도토리나무, 밤나무, 호두나무, 가래나무
잣나무..
이런 것들이 숲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은
내가 삽질하여
숨겨놓은 씨앗 덕분이다
배고픈 까치와 까마귀에게 식량으로 나누어 주고
남은 것들을
나무로 다시 태어나게 하기 때문이다.
“잠꾸러기 다람쥐야
황조롱이 무섭거든,
내 집 하나 내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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