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의 달
최규학
추석날
가을 하늘처럼 텅 빈
어머니 가슴에
만족의 달이 뜬다.
뼈 빠지게 일하여 번 돈으로
새끼들 새 옷 해 입히고
고기 두 어근 끊어오고
부침개도 부치고
삼사 실과도 사고
약주도 한 병 받아온다.
풍성한 송편과 함께
조율이시 어동육서
올리고 나면
왁자지껄 만족의 달이 뜬다.
제사를 잘 지내면 복이 온다더니
조상님께서는 흠향만 하시고
음식을 그대로 남겨주신다.
동산같이 솟은
제사상 위에 만족의 달이 뜬다.
[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