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벼 이삭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21. 9. 23.

 

벼 이삭

최규학

벼 이삭을 바라보며 벼의 삶을 생각한다
비바람 견뎌내고 튼실한 이삭을 얻었으니
벼의 삶은 성공한 것일까?
벼 이삭이 튼실히 익으면 벼는 죽게 되니
벼의 삶은 허무한 것일까?
벼가 오로지 튼실한 이삭만을 위해서
한평생을 희생하더라도 행복하다 할 수 있을까?
벼는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바쳐야만
튼실한 이삭을 얻을 수 있다
튼실한 이삭이 없다면 벼의 삶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벼가 튼실한 이삭만을 위해 산다면
벼의 삶은 그 자체가 없다.
아 존재와 비존재의 모순이여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저 벼 이삭을 바라보며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을 탓한다



'[나의 이야기] > 최규학·시집만들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란사  (0) 2021.10.02
구절초  (0) 2021.09.23
인어공주  (0) 2021.09.11
나르키소스  (0) 2021.09.03
맨드라미 꽃  (0) 2021.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