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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합곡강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21. 4. 30.

합곡강

최규학

내 고향 합곡리에 강이 있었지
남면들 구렁개펄 휘휘 돌아서
금강과 입맞추는 강이 있었지
강 속에 물고기들 첨벙거렸고
강둑에 누렁소들 음메 울었지

붕어 잡아 지져 먹고
조개 잡아 국 끓였지
조개 잡다 뱀 건지면 놀라 자빠졌지
겨울엔 얼음 깨고
작살로 뱀장어도 잡았지
여름 저녁 아저씨들 목욕할 때는
물새들 재잘대며 흉을 보았지

큰 홍수엔 보릿단 세숫대야
씨암탉도 떠내려갔지
물난리 때 사람들 우르르 나와
구경하는 모습이 볼만했었지

내 친구도 강 건너다 빠져 죽었고
교회 선생님 친척 아저씨도
못 나오셨지
겨울 살얼음판 썰매 타다가
방앗간 집 귀한 아들 하얗게 죽었지
죽어도 무섭지 않고
다정했던 강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위로하던 강

지금도 합곡리에 강이 있지만
나 어릴 적 그 모습은 사라졌다네
그저 강 모습만 남아 있을 뿐
예전의 그 모습은 다시 볼 수 없으리
그리워라 합곡강
싱싱했던 그 모습 내 마음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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