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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가을 칸타타 / 최규학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20. 11. 6.

가을 칸타타

최규학

가을에는 가을을 닮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낙엽을 보고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잎이 떨어진 늙은 홍시의 영화가 얼마나 쓸쓸한지를 아는 사람과
커피를 마시고 싶다

가을에는 철새를 닮은 사람과 친하고 싶다
철새처럼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을 따라가고 싶다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기차의 창가에 앉아
함께 차창 너머로 사라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싶다

가을에는 시를 읽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
가을에는 과일이 익지만 잎이 떨어진다
하늘은 높아지지만 물은 얕아진다
그래서 가을은 영화롭지만 쓸쓸한 계절이다
시를 읽으며 마음을 비울 줄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가을에는 나 자신이 가을이 되고 싶다
옷을 벗고 찬바람을 기다리는 가을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가을 나무는 가장 아름다울 때 옷을 벗는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불타는 외로움에 허우적대며 가을 속으로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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