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 낙엽
최규학
플라타너스 낙엽을 바라보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오래 입은 헌 옷처럼 누리끼리한 피부
주머니에서 갓 꺼낸 낡은 손수건처럼 구겨진 모습
바스락 소리도 내지 못하고
푸서억~
허탈한 한마디
그러나
벌레에 뜯기고 비바람에 찢긴
저 명예로운 훈장
어느 인생이 이보다 더 숭고할 수 있으랴
가슴속에 묻어둔 꽃 한 송이는 아직 꺼내지도 못했지마는
미련 없이 떨어지는
저 초연한 자세
영락없는 우리 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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