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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나는 꽃처럼 지고 싶다 / 최규학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9. 9. 27.

나는 꽃처럼 지고 싶다

 

최규학

 

나는 꽃처럼 지고 싶다

환장할 봄날 내가 시든다면

아린 자식 남겨두고

미련없이 떨어지는 살구꽃처럼

분홍빛 향기를 남기며 사라지고 싶다

 

나는 꽃처럼 지고 싶다

미칠것 같은 여름날 내가 시든다면

소나기 한줄기 뿌려주고

소리없이 사라지는 구름꽃처럼

일곱색깔 무지개를 남기며 사라지고 싶다

 

나는 꽃처럼 지고 싶다

억울한 가을날 내가 시든다면

나무의 겨울을 위하여 기도하다가

빠알간 불꽃으로 타버리는 단풍꽃처럼

울긋불긋 여운을 남기며 사라지고 싶다

 

나는 꽃처럼 지고 싶다

사무치는 겨울날 내가 시든다면

눈도 삐뚤 코도 삐뚤 눈사람 되었다가

따뜻한 사랑에 사르르 녹는 눈꽃처럼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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