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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바닷가 소나무 / 최규학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8. 9. 28.

 

바닷가 소나무/

 

 

최규학

 

 

 

바닷가 언덕에 소나무 한 그루 살았습니다

몸매는 요염하고 잎은 무성했습니다

바람이 불면 젊은 아낙네 머릿결 처럼 나부꼈습니다

바다 풍경이 아름다워 외로운 줄 몰랐습니다

갈매기도 날아와 놀아 주었습니다

어느날 멋진 새 한마리 소나무 숲에서 날아와 놀다간 뒤에

바닷가 소나무는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자꾸만 새 생각이 났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소나무 숲으로 날아간 새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바닷가 소나무는 몸이 검어지고 거북등 처럼 터졌습니다

무성하던 잎도 늙은이 머리숱 처럼 까실 해졌습니다

바닷가 소나무는 마침내 깨달았습니다

날아가 버릴 것을 사랑하면 안된다는 것을

바닷가 언덕에 사는 소나무는

바다와 갈매기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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