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길에서
/최규학
노부부가 앞에 간다
여자는 빈 손이고
남자는 두툼한 등산 가방을 짊어졌다
긴 검정 우산까지 꽂았다
남자는 말하고 여자는 웃는다
가파른 길을 만나니
둘이 손을 꼬옥 잡는다
혼자 가는 나는 가슴이 뭉클하다
길 옆에 정자가 나오니
다들 그냥 지나치는데
노부부는 당연한 듯 올라간다
여자는 걸터앉고
남자는 선 채로
춤추며 노래를 부른다
천 년을 살리오 몇 백 년을 살다 가리오
구성진 가락이 흥겹다
여자도 어깨춤을 춘다
나는 노래를 들으며 혼자서 길을 간다
가면서 생각한다
이것이 인생이려니
나는 또 한 번 가슴이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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