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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최규학·시집만들기

등산길에서 / 최규학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7. 10. 21.

등산길에서

 

/최규학

 

 

노부부가 앞에 간다

여자는 빈 손이고

남자는 두툼한 등산 가방을 짊어졌다

긴 검정 우산까지 꽂았다

남자는 말하고 여자는 웃는다

가파른 길을 만나니

둘이 손을 꼬옥 잡는다

혼자 가는 나는 가슴이 뭉클하다

길 옆에 정자가 나오니

다들 그냥 지나치는데

노부부는 당연한 듯 올라간다

여자는 걸터앉고

남자는 선 채로

춤추며 노래를 부른다

천 년을 살리오 몇 백 년을 살다 가리오

구성진 가락이 흥겹다

여자도 어깨춤을 춘다

나는 노래를 들으며 혼자서 길을 간다

가면서 생각한다

이것이 인생이려니

나는 또 한 번 가슴이 뭉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