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친구
오늘은 10월 3일 개천절이다
화창한 가을날
조금은 우울하게 조금은 조급증으로 방구석에서 움직이기가 싫은 날이었다
그래도 이러면 안 되지 하는 생각에 친구한테 전화해서 번개팅하자고 할까? 하고
한 명 두 명 전화했다.
친구들 마음도 그러했는지 모두 좋다고 한다.
문자로 급전을 쳤다.
덕순, 성재, 금열, 화영, 복연, 명숙, 규옥, 현옥, 성자, 순자, 영례, 재순, 학순이
"10월 3일 오후 5시 동대문역 3번 출구 우리은행 앞"으로 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못 나온다는 친구도 있었다. (성자,규옥,순자,영례,현옥,금열) 선약이 있단다.
추석 때 고기를 많이 먹었으니 얼큰한 걸 먹자고 하여 아귀찜 집으로 갔다.
모두 기분이 한 옥타브 업이 된 친구들 잘하지 못하는 술을 시키고 기분을 내겠다며 흥이 났다.
복분자 술을 먹고 농담에 깔깔대며 명절 때 쌓인 스트레스를 함박웃음으로 날린다
인생 일대의 중간에 선 우리다.
위로 시부모님 아래로 사위 며느리
할 일이 많은 틈에 낀 세대 또 한 스트레스가 많은 우리입니다.
말을 안 해도 서로의 마음과 느낌을 잘 아는 친구들
행여 상처를 받을까 조심하며 배려 깊은 우리입니다.
어려서부터 서로 속 내를 잘 알고, 밥그릇 숟가락이 몇 개인 것까지 잘 아는 고향 벌거숭이 친구들이다.
그러니 서로 만나도 부담 없고 만나면 마음이 제일 편안하고,
나오라 하면 한걸음에 달려나올 수 있는 고마운 친구들이다.
복분자 술 한잔에 파이팅과 "짠"을 외치며 술꾼들의 흉내를 낸다
1병 2병 먹더니 취했는지 성재 노란색 바지 위에 술을 엎지르고도 그냥 깔깔대고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그리고 넉넉한 아줌마들의 특별 수다가 터진다.
여자 셋이 모이면 부엌 살강의 그릇이 흔들흔들 한다나 하더니 정말 그런것 같다.
서로 이야기하려고 상대방 얘기는 안 듣고 내 얘기만 신 나게 한다.
어느 쪽으로 고개를 두고 들어야 할지 모를 정도다.
그동안 집안에서 쌓인 얘기들이 한참 쏟아져 나온다.
누구는 쌍둥이 손주를 누구는 내년에 학교 입학한다며 손주자랑
어떤 친구는 애들이 결혼을 안 하려고 한다며 걱정이고, 어떤 친구는 딸내미가 박사학위 받았다며 한턱내겠다고 한다.
이 자랑 저자랑 다 좋은데 걱정거리만 없으면 좋겠다.
우리 나이에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제일인데 걱정이다.
친구들이 하나 둘 건강에 리모델링 하며 병원 신세를 진다는 것이다.
어떤 친구는 암으로 고생하고
어떤 친구는 골절로 고생하고
어떤 친구는 속이 안 좋아 골골거리고
어떤 친구는 마음이 아파서 우울하고
어떤 친구는 병원을 달고 살고
우리가 이젠 조심해야 하는 나이인가 봅니다.
걸을 때도 천천히 걷고, 먹을 때도 천천히 먹고
무엇을 하던 급한 것보다 느긋하게
한숨 돌리고 여유 있게 해야 하는 나이인 가 보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니 성질은 더 급해지고
보이는 게 많으니 잔소리도 더 심해지고 앞으로 걱정입니다.
옛 어른의 말씀이 틀린 게 하나 없다.
"나이를 먹으면 입만 살아서 망년기 있다고 했던가?" ???
세월은 인생의 돌림병인 가 봅니다.
선조가 살아온 인생길이나
우리가 사는 지금이나 먹고 자고 자식 키우고, 별 다른 게 없는 것 같다.
늘 걱정하는 건
친구이던 누구던지 간에 모든 이들이 살아있는 동안 건강하게 잘 살아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연속극을 봐야 할 시간이란다
친구들 마음이 갑자기 바빠진다.
모두 안녕을 하고
나는 청계천을 건너 동대문 밀레오레 광장에서 젊은이들 공연하는 걸 구경하고 천천히 지하철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201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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