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앞서는 추석
글 /조
가을 햇살이 따사롭다
이제 며칠 있으면 추석 대명절이다
예전 같으면 명절이 돌아온다고 좋아하고 마음이 설렜을 텐데
지금은 좀 걱정스럽다
옛날 먹거리가 부족했던 어린 시절 풍요롭진 않았어도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어 행복했다
서로 나눠 먹고 주고받는 인정도 있고 따뜻했는데, 요즘은 점점 나만 생각하고 이기주의 변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경제적으로 팍팍한 삶 때문일까?
빈부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이 심해지고, 가족뿐 아니라
상대에 대해서도 존중과 배려는 물론 서로 대립하는 자세로 변해가고,
예전에 나눴던 그 훈훈했던 情
다정하게 쌓았던 추억의 감정들마저 잊고 사는 삭막한 현실 앞에 그저 고개만 떨굴 뿐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고향을 그리며
가족과 친구를 만날 생각에 며칠 밤을 설레던 기억이 스친다
고향의 논둑 길옆 코스모스 하늘하늘 피어 있고, 벼메뚜기 잡으러 술병 들고 뛰어다니던 황금 들녘
뒷산 밤나무 장대 들고 두드리면 잘 여문 알밤과 밤송이에 머리를 한 방씩 맞고 자지러지던 아름다운 추억들.
해마다 흉년이 되어 쌀이 귀하던 시절 쌀 한 되를 물에 불려 절구에 곱게 찧어서 가족과 함께 둥근 달을 보며
이런저런 모양으로 하하 호호 웃으며 도란도란 안방에서 송편을 빚던 풍경이
지금은 볼 수 없는 귀한 옛날이야기로 변했다.
이번 추석은 왠지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런저런 현실적인 어려움 등으로 고향 가기를 포기하고 싶다.
친척들을 만나기가 싫어진다
그러나 어쩌겠나 부모가 계시고 어른이 계신 데 싫어도 간다.
그래도 추억 만나러 간다
기억을 만나러 간다
꿈을 반납하러 간다
세월을 반납하러 간다. 고향을 간다.
고향에서 보내는 시간은 짧겠지만 복잡한 도시의 삶을 잠시 접어두고,
주변에 크고 작은 갈등 미움·등, 가슴속에 그물망처럼 엉켜 있는 모든 욕심, 생각, 아집, 집착, 나를 버리고 비워서
높고 맑은 가을 하늘처럼 정화된 마음으로
한가위 보름달처럼 넉넉하고 여유있는 마음을, 가슴에 듬뿍 담아서 돌아오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내 마음은 벌써 향기로운 고향길을 반쯤 달려가고 있다.
=20110908=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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