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로 살라시네
글/임원재
눈을 감고
시간을 멈추게 하라
가슴을 열어
중심에 깃발을 꽂고 응시(凝視)해 보라
물소리 새소리 달 가는 소리
뜨고 못 보는 것을
눈 감고도 볼 수 있는
일체 유심 조(一體唯心造)라.
호렙 산 가시덤불에
신들메 벗어들고 꿇어앉은 모세여
석가탑 그림자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영지(影池)에 몸을 던진
너여 나여 아사녀여...!
"나는 곧 나다."
존재자의 목소리가 형상화되어
십자가 종탑으로 높이 솟아있고
붓다가 조형물로 우리 곁에
함께 있으나 항상 있으나
너나 나나 듣지 못하네
보지 못하네
사랑은 비우는 것
껍질을 덤불 속에 던져라
탯줄을 끊어 영지에 묻고
알몸이 되어
알몸이 되어
모두 다 퍼내고 항아리를 비우라.
'내가 가야 길이 된다
우골탑 앞에
미투리까지 벗어 던지고
맨발로 돌아서는 그가 계시고
새벽을 여는 청소부의
짐수레 안에서
무소유가 무소이니
무소유로 살라신다.
=백강문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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