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집, 福 안새게 하려면
야산에 둘러싸인 아늑한 터에서 오밀조밀 살아온 우리 조상들은 전망이 막힌 환경에서 대를 이어 살아왔다. 전망이 넓고 확 트인 곳보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과 집에서 살아야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지는 유전자가 만들어졌다. 차폐된 공간이 개방된 공간보다 우리의 정서에 보다 잘 맞는 이유는 한옥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유교적 신분제를 생활 속에서 실천했던 탓에 남자보다는 여자가 보다 폐쇄적으로 행동의 제약을 받았다. 전남 구례에 있는 운조루(중요민속자료 제8호)의 여자들은 평생 세 번만 대문을 밟을 수 있었다고 할 만큼 여자들이 중문 밖으로 출입하는 것을 삼가는 것이 법도였다. 시집을 올 때,아들을 낳았을 때,그리고 죽어서 나갈 때만 대문 밖 출입이 허용됐다.
전통 놀이인 널뛰기는 집 안의 여자들이 담장 너머의 바깥세상을 구경하는 유일한 시간이었는데 이것도 명절 때만 허락됐다. 그래서 운조루에는 안채의 여자들이 주변의 경치를 즐기도록 배려한 특별 공간이 마련되었는데,안채에 설치한 다락방이 그것이다. 안채의 다락방에는 어둑한 공간 너머로 사각형의 창이 뚫려 있고,전망 창을 통해 담장 너머의 자연을 슬프게 감상할 수 있었다.
이처럼 한국의 여자들은 타인의 시선이 침투하지 못하는 작고 숨겨진 공간에 갇혀 살아야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한 유전인자를 본능적으로 지니고 있다.
그런데 고층 아파트는 비록 프라이버시는 보호받지만 넓게 트이고 개방된 전망을 갖고 있다. 세상에 자신이 노출되거나 황량한 들판에 홀로 서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해 마음이 불안해지는데,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충격적이다. 한강변에 사는 여성 중 우울증 환자가 많다는 보도가 나와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이것은 전망이 넓은 것이 여자들에게 오히려 무력감 내지 외로움을 주기 때문이다. 넓은 전망을 바라보는 유전인자를 가지지 못한 한국 여성들에게 한강은 너무 커다란 심리적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 자명하다.
대개의 주부들은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까지 등교시키면 숨을 돌리고자 거실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그때 창밖의 강물을 바라보면 호수처럼 고요하다. 세상이 온통 정지해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마음 속엔 '내가 왜 살지' 하는 질문을 일으킨다. 본능적으로 폐쇄된 마음을 가진 여성이 개방된 공간과 거리낌 없이 맞서 대항하면 심적으로 어떤 기의 충돌이 일어난다. 그것은 숨고 싶고 보호받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고,발전하면 우울증으로까지 확대된다. 이에 대한 비보책은 비록 전망이 좋은 집에 살더라도 평상 시에는 트인 전망을 모두 즐기거나 바라보지 말고 커튼이나 화초류를 이용해 전망을 가리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집의 창문이 크고 넓으면 기가 새어나간다고 봐서 꺼려했다. 전망이 넓은 고층 아파트의 경우 베란다를 통해 바라보이는 넓은 시야는 부(富)의 기까지 새어 나가게 한다. 이 경우라면 베란다 창문에 두터운 커튼을 쳐 베란다의 양쪽 끝을 가려버리고,중앙에도 엷은 커튼으로 창을 가려 창밖을 바라보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또 베란다나 거실의 창가 쪽에 잎이 무성한 관엽 식물을 화분에 심어 배치하면 마을 숲을 조성해 마을의 기를 보전하는 것 같은 효과가 나타나며 마음의 안정까지 얻을 수 있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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