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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대통(행운)]/남는얘기

"부모忌日에 하는 고민 없앨 겁니다"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0. 10. 18.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삶 지침서' 발간委 맡은 김인환 목사
"제사·낙태·마약·동성애… 통일된 기준 없어 혼란
교단 초월한 목회자·학자 내년 10월 발간 목표"

"한국 개신교 역사가 125년인데 신앙과 삶에 대한 통일된 지침서가 없었습니다. 한국 교회의 분열과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기독교인의 신앙과 생활의 기준을 제시하는 단일한 안내서가 이제는 필요합니다."

한국 개신교계가 진보와 보수, 교단의 차이를 넘어 함께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삶을 위한 지침서'를 발간한다. 부모의 기일(忌日)에 기독교인은 어떻게 정성을 나타내야 하는지, 낙태·자살·마약·동성애 등 사회문제에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등에 대해 성경을 기준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책이다. 신앙·생활·예전 등 3개 분야로 나눠 700여쪽 분량으로 내년 10월 발간할 계획이다.

김인환 목사는 “‘지침서’는 그리스도인의 삶 가운데 어떤 태도가 윤리적인지 기본 틀을 제시하는 것이지 무조건 따르라는 교조적 독트린이 아니다”며 “시대 변화에 맞도록 8년마다 개정판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지침서' 발간위 집행위원장 김인환 목사(서울 대치동 성은교회 담임)는 "한국 교회는 다른 나라와 달리 선교 초기부터 하나의 찬송가와 성경을 사용하는 나라인데도 그동안 통일된 지침서가 없어 혼란이 많았다"면서 "'지침서'는 한국 교회가 믿고 생활하고 예배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가이드북"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미국 연합감리교회는 1000쪽이 넘는 생활지침서를 펴냈고, 가톨릭의 로마교황청은 900쪽 분량의 '교리와 사회생활 지침서'를 출간했다"며 "한국 개신교는 구심점이 없어 늦어졌지만 이번 '지침서' 발간을 통해 교파와 교회가 하나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인환 목사는 지난해 11월 중견 목회자 모임인 미래목회포럼 대표로 취임하면서 '지침서' 발간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발간위 구성을 주도했다. 교단을 뛰어넘어 협력을 얻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끝에 지난 8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이광선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회장 전병호 목사),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대표회장 손인웅 목사) 등과 '지침서'를 만드는 데 협력하고 공동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의 조인식을 가졌다. 발간위 집행위원에는 원팔연(전주바울교회)·이정익(신촌성결교회)·지용수(창원양곡교회)·양병희(영안장로교회)·정성진(거룩한빛광성교회)·오치용(왕십리교회)·이상대(서광성결교회) 목사 등 주요 교단의 중진·중견 목회자들이 참여했다.

하지만 방대한 내용의 '지침서'를 불과 1년 만에 발간한다는 계획은 자칫 졸속을 가져오지 않을까. 김 목사는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지난 2008년 성경으로 돌아가 한국 교회가 거듭날 것을 촉구한 '성경을 통한 재정향(Reorientation)' 선언에 참여했던 진보·보수를 망라한 신학자 140명이 이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며 "이미 구약학·신약학·교회사 등의 전공 학자들이 기초작업을 했고, 앞으로 토론회 및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성서적으로 온전한 답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향 선언'의 공동대표였던 박종천 감리교신학대 교수와 조병호 성경통독원 원장이 '지침서' 발간위 공동연구위원장을 맡았다.

김인환 목사는 "'지침서'는 한국 교회뿐 아니라 중국 조선족 교회와 한족(漢族)의 지하교회 등 아시아권 교회의 표준이 될 것"이라며 "영어·중국어로도 번역해 한국에서 열리는 2013년 WCC(세계교회협의회), 2014년 WEA(세계복음주의연맹) 총회에서 한국 교회를 외국에 알리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