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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대통(행운)]/남는얘기

[편집자에게] '漢字文盲'서 벗어나야 [윤한수 극작가]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0. 8. 6.
윤한수 극작가

"한자 2급도 '大韓民國' 제대로 못 써" 8월 4일자 A8면 기사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학 졸업반 학생들이 썼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大韓民國' 글씨다. 그것도 소위 국가공인 한자 급수 3급·2급 자격증 소지자가 '大韓民國'도 못 쓴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한자문화권(漢字文化圈)에서 살고 있다. 그러므로 한자를 떠나서는 진정한 문화활동, 진정한 언어활동을 할 수 없다. 한자(漢字)를 배운다는 것은 우리의 문화, 우리말을 배우기 위함이다. 우리말의 75%가 한자어를 이루어졌다. 한자를 모르면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으며, 수준 높은 언어를 구사할 수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한자를 홀대하는 것일까. 우리는 한자를 통해 우리 선조의 삶과 지혜와 정신을 터득할 수도 있고, 또한 인격과 인성, 지식을 한자가 선물해 준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단 말인가.

요즘 각 대학에서 한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왕 중요성을 강조할 바에는 질을 좀 높였으면 한다. 한자 급수 3급·2급을 따려고 훈(訓)과 음(音)을 달달 익히는 공부 방법은 진정한 한자 학습일 수 없다. 한자 학습의 목적은 어휘에 있다. 물론 사자성어·고사성어를 통해 삶의 지혜도 배울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어휘에 있다.

진정한 한자 공부는 급수를 따기 위한 공부가 아니다. 수박 겉핥기식, 점수 따기식의 공부를 해봤자 찢어진 그물로 고기를 잡으려는 격일 것이다. 한자는 평생 자기가 사용해야 할 문자이다.

그런데 2급 시험용 2000자 중 500자를 찍어주며 "이것만 달달 외우면 70점을 넘겨 합격할 수 있다"고 한다. 쓴웃음이 나온다. 아무리 자격증 시대라고는 하지만, 실속 없는 자격증을 무엇에 쓰겠는가.

우리나라에 한자 자격증을 취급하고 있는 회사가 십여 곳도 넘는다. 급수별로 배정된 한자도 회사마다 다르다. 어떤 회사는 국가공인 급수 3급이 1800자가 넘는 반면, 어떤 회사는 1000자이다. 2급 역시 500자에서 700자로 차이가 난다. 시험 난이도 역시 다르다. 그래도 국가공인 급수로 똑같이 취급된다. 한자를 보급한다는 측면에서는 환영하지만, 진정한 한자 공부를 위한 출제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