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옛 이야기] [37] 마포구 합정동
옛날 마포구 합정동(合井洞)에는 우물이 하나 있었다. 우물 바닥에 한강에서 흘러들어온 조개껍데기가 많아 마을 이름을 '조개 우물'을 뜻하는 합정동(蛤井洞)이라 했다. 하지만 일본강점기 때 원래의 '합(蛤)'자가 어렵다고 해서 지금의 '합(合)'자로 바꾸었다.
이 우물은 큰 칼로 춤을 추며 사형수의 머리를 베던 망나니들이 만들었다고 한다. 조선 후기 대원군이 천주교 신자들을 학살했던 병인박해(1866) 때 많은 사람이 현재의 절두산(切頭山) 근처에서 처형당하자, 사형도구로 쓰는 칼을 빨리 갈기 위해 우물을 판 것으로 전해진다.
합정동에는 조선시대 한양을 출입하던 주요 나루터인 양화나루도 있었다. 이 나루는 양천이나 강화로 가려면 반드시 건너야 하는 곳으로, 송파진·한강진과 함께 조선시대 해상교통의 3대 요충지였다. 경상·전라·충청·경기도의 세곡(稅穀)을 저장했다가 재분배했는데,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있어 천혜의 방어지였다.
합정동 457번지에는 세종대왕 형인 효녕대군이 1424년 지은 '망원정(望遠亭)'이 있다. 세종은 매년 봄·가을 농사일을 살피고 한강에서 벌어지는 수전(水戰)을 관람하기 위해 자주 행차했다. 한 번은 가뭄이 심하던 때 세종이 이곳에 왔는데, 때마침 소나기가 내려 들판이 촉촉이 젖는 것을 보고 '기쁜 비를 만난 정자'라는 뜻으로 '희우정(喜雨亭)'이란 이름을 내렸다고 한다. 이후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이 정자를 물려받아 고쳐 짓고, 먼 경치도 잘 보인다는 뜻으로 이름을 '망원정'으로 바꾸었다.
/ 김성민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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