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ㆍ물고기 그림에 사업번창 運…호랑이ㆍ말 그림 걸면 재물 도망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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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양재동에서 타워크레인 사업을 하는 S사 C사장의 집무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벽면을 둘러 보니 흰 꽃이 핀 매화 가지에 두 마리의 참새가 지저귀는 매조도(梅鳥圖)가 걸려 있었다. "저 그림은 사무실엔 어울리지 않습니다. 대신 안방에 걸어두시면 좋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사군자의 하나인 매화는 보통 절개와 지조를 상징한다고 한다. 하지만 풍수에선 매란국죽(梅蘭菊竹)을 시리즈로 그린 그림만 그렇게 해석한다. 매화만 따로 그린 그림은 그런 해석을 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매화나무(梅)는 '눈썹 미(眉)'자와 중국식 발음이 같다. 흰 꽃은 '백(白)'이니 백매(白梅)는 곧 백미(白眉)를 뜻한다. 이것은 눈썹이 하얗게 세도록 오래 사는 것을 말한다. 한쌍의 참새는 금실 좋은 부부를 의미한다. 매조도는 결국 '눈썹이 하얗게 세도록 부부가 해로한다'란 뜻을 담고 있다. 그러니 기업의 명운이 걸린 CEO 집무실엔 어울리지 않는다.
CEO 집무실에 가장 이로운 그림이 감 그림이다. '일거리'를 뜻하는 말이 '일감'이다. 그런데 '감 시(枾)'는 중국식으론 '일 사(事)'와 발음이 같다. 따라서 '일=감'으로 해석된다.
여의봉을 닮아 여의(如意)라 불리는 불로초와 감을 같이 그리면 사사여의(事事如意)가 된다. '일마다 마음먹은 대로 된다'는 뜻이다. 감과 물고기를 함께 그린 그림을 보자.물고기 어(魚)는 남을 여(餘)로 해석돼 사사유여(事事有餘)가 된다. '일마다 남음이 있다'란 좋은 의미다. 감 그림은 CEO 집무실뿐만 아니라 개업축하 때도 딱 맞는 선물이다.
사업에 해로운 그림도 있다. 호랑이 그림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호랑이를 산신으로 대우해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다. 호랑이 그림을 걸어두면 집무실에 산신령을 모시고 사는 것으로 해석된다. 산신령을 모셔야 하니 사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말 그림도 좋지 않다. 민간에선 '말도성공(馬到成功 · 말이 찾아오면 성공한다)'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말 그림을 걸면 사업이 커지기보다는 재물이 도망갈 걱정이 앞선다. 여러 마리의 말이 갈퀴와 꼬리를 휘날리며 뛰어가는 그림은 정통 풍수에선 좋지 않게 여긴다. 뭔가에 크게 놀란 말들이 난동을 부리는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CEO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그림도 있다. 이발소 그림으로 대변되는 키치(Kitsch · 잡동사니)들이다. 어미 돼지의 젖을 빠는 여러 마리의 새끼 돼지가 그려진 그림,초가집 옆에 물레방아가 도는 풍경화, 등등.이들은 비록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는 하지만 조악하고 촌스럽다. 집무실에 걸어두면 CEO의 안목을 천박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니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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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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