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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 산행] (2)거제도 노자산 - 동백꽃 길·전망대에 봄이 소곤거리네

by 팬홀더/자운영(시적성) 2010. 3. 18.

거제 휴양림~노자산 1시간 코스
안내: 토박이 산꾼 진선석씨

동백림 지나 바위 전망대까지 봄바람 살랑

메마른 겨울 해변에 봄소식이 밀려드는 날. 동백은 피를 토하며 길에 눕는다. 붉은 꽃잎에 싸인 샛노란 속살의 최후가 안쓰러운 봄. 차마 흩어진 동백꽃의 주검을 밟지 못해 산으로 드는 발걸음이 갈지(之)자로 어지럽다. 그래도 마음은 따뜻한 시기, 바야흐로 봄이다.

넓은 섬 거제도는 산도 많다. 바닷가를 빙 두르다 못해 속살 깊은 곳까지 모조리 산이다. 이곳의 산은 봄이 빨리 온다. 3월 달력을 넘길 즈음 이미 봄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특히 노자산(老子山·565m) 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싼 거제도 남동쪽 사면이 유난히 따뜻하다. 찬 북서풍을 피할 수 있는 이 해변에 천연기념물 제233호인 동백림 야생군락지가 있다.

비를 뿌리던 노자산 자락의 구름을 봄바람이 걷어 올렸다. 발아래 푸른 바다와 학동 해변의 아름다운 반곡선이 펼쳐졌다. 산을 오른 이들에게 주는 자연의 보답이다. / 조선영상미디어 허재성 기자heophoto@chosun.com

거제도 노자산은 봄을 만끽하기 좋은 산행지다. 높지도 않고 길이 험하지도 않지만 전망만큼은 일품이다. 일단 해발 200미터가 넘는 학동고개에서 시작하는 점도 마음에 든다. 거제산악회 진선석씨도 주저 없이 '봄 분위기는 노자산이 최고'라며 추천했다. 경치도 좋지만 바닥을 붉게 물들인 동백꽃 구경하는 묘미도 그만이라고 했다.

노자산 자락에 봄을 재촉하는 부슬비가 내렸다. 학동으로 넘나드는 고갯마루에서 남쪽 산줄기로 숨어드는 산길을 찾아 걷는다. 완만한 숲 속을 가르는 등산로가 선명했다. 등산로는 헬기장을 지나며 하늘을 향해 가파르게 솟구쳐 올랐다. 전망대 직전 길 왼쪽으로 널찍한 바위지대가 펼쳐졌다.

학동해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천혜의 전망대였다. 불어오는 바람에 잠깐씩 너른 바다가 드러났다. 긴 곡선을 그리는 해변의 아름다움에 정신이 번쩍 났다. 힘들여 산을 오르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팔각정이 있는 노자산 전망대에서 산길은 둘로 갈린다. 북쪽은 노자산 정상이고 남쪽은 마늘바위, 어느 쪽이나 전망 좋은 능선길의 연속이다. 동백림 방면으로 하산하려면 남쪽 능선을 타고 진마이재까지 간 뒤, 동쪽의 대밭골로 내려선다. 내리막길 주변에 동백나무가 듬성듬성 군락을 이루고 있다. 봄 산행지로 그만인 코스다. 
 

▶산행 길잡이

노자산은 거제자연휴양림이나 학동고개에서 시작하는 산행이 인기다. 거제 휴양림에서 곧바로 노자산으로 오르면 1시간. 학동고개에서 능선을 타면 노자산 전망대까지 40분이면 오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마늘바위, 뫼바위를 거쳐 진마이재까지는 약 3.3㎞. 전체적으로 완만한 내리막이다. 하지만 암봉을 오르려면 주의가 필요하다. 초보자는 우회로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진마이재에서 대밭골을 통해 하산할 경우 도로까지 약 1㎞. 원추리와 고로쇠나무 군락을 지나 동백림까지 30분이면 내려설 수 있다.

난이도는 암릉 구간을 우회할 경우 ★★(별 다섯개 기준).

학동고개 찾아가기

대전통영간고속도로 통영 나들목→거제대교 건너 우회전→거제면 거쳐 직진→동부면사무소 경유 동부저수지 방면 직진→거제자연예술랜드→연담삼거리에서 학동흑진주몽돌해변 방면 우회전 3.5㎞→거제자연휴양림 입구→학동고개 직전 작은 주차 공간 있음.

동백꽃 구경하기 좋은 곳: 도장포 바람의 언덕

학동 동백림은 천연기념물로 출입이 통제된 곳이다. 동백꽃 구경은 거제도 해금강 가는 길의 도장포 마을이 더 낫다. 이 마을에서 바다 오른쪽으로 길게 튀어나온 둔덕이 '바람의 언덕'이다. 바닷바람 심한 이 전망장소 부근의 동백꽃이 아주 뛰어나다.

산행을 함께한 토박이: 거제도 산꾼 진선석씨

진선석(52·거제산악회)씨는 거제도의 산길을 손금 보듯 훤하게 알고 있는 토박이 산꾼이다. 그가 개척하고 길을 만든 곳이 태반이니 당연한 일이다. 경남클라이밍연합회 회장으로 전문등반도 열심히 했다. 그는 3월 중순이면 노자산에 얼레지 꽃이 만발해 더 아름답다고 했다. 그의 말이라면 틀림없다.